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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7일 일요일

중취독성衆醉獨醒 – 모두 취해 있는데 홀로 깨어 있다, 혼탁한 세상에서의 깨끗한 삶

중취독성衆醉獨醒 – 모두 취해 있는데 홀로 깨어 있다, 혼탁한 세상에서의 깨끗한 삶

중취독성(衆醉獨醒) – 모두 취해 있는데 홀로 깨어 있다, 혼탁한 세상에서의 깨끗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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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중(血/6) 취할 취(酉/8) 홀로 독(犭/13) 깰 성(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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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생활을 하게 되면 수시로 갖게 되는 술자리에선 사람됨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같이 술을 마셔도 멀쩡한 사람이 있고, 조금 들어가도 횡설수설인 사람이 있다. 醉中眞談(취중진담)이라 하여 기분이 오르면 속에 있는 진심을 드러낸다. 다음날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불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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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의한 실수는 너그럽게 봐주는 분위기지만 꼬투리는 늘 따라다니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모두 취한 가운데서(衆醉) 홀로 취하지 않고 깨어 있다(獨醒)는 이 말은 술을 전혀 못하거나, 두주불사인 사람이겠다. 이런 비유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혼탁하더라도 홀로 깨끗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인품이 고결하고 청렴한 사람을 칭송하는데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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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가 屈原(굴원)에게서 나왔다면 더 그럴듯하게 수긍한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楚(초)나라의 충신이자 비극시인인 그는 학문이 깊었을 뿐만 아니라 일 처리도 능숙하여 懷王(회왕)의 신임을 받았다. 굴원이 三閭大夫(삼려대부)란 벼슬에 있을 때 왕의 명을 받아 중요한 법안의 초안을 잡고 있는데 실력자 중 한 사람인 靳尙(근상, 靳은 가슴걸이 근)이 와서 내용을 보여 달라고 했다. 발표단계가 아니라며 거절하자 앙심을 품은 근상이 비방의 말을 퍼뜨려 결국 왕의 신임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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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대국 秦(진)에 대항하기 위해 齊(제)나라와 동맹하는 合縱策(합종책)을 건의했다가 간신들의 중상모략으로 추방당한다. 실의에 빠져 湘江(상강)의 물가를 어슬렁거리다 남긴 작품이 ‘漁父辭(어부사)’이다. 굴원이 강변에서 시를 읊는데 한 어부가 나타나 그를 알아보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묻자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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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맑고 깨끗하며, 모두가 술에 취해 있는데 나만 오로지 깨어 있어(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이 때문에 쫓겨난 것이라고 했다. 그런 뒤 굴원은 음력 5월5일에 몸에 돌을 묶고는 汨羅水(멱라수, 汨은 물이름 멱)에서 투신하게 된다. ‘史記(사기)’ 열전에도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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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무리에서 홀로 깨어 있기는 힘들다. 남들보다 뛰어나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그렇다고 휩쓸리면 당장 지내기야 편하지만 그 집단은 발전이 없다. 모난 돌을 이해해주고 잘 하도록 떠받들 때 밝은 미래가 기다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