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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지신불가경持身不可輕 -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

지신불가경持身不可輕 -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

지신불가경(持身不可輕) -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

가질 지(扌/6) 몸 신(身/0) 아닐 불(一/3) 옳을 가(口/2) 가벼울 경(車/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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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동서고금 여러 성인 현자들이 가르침을 많이 남겼다. 자신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부터 타인에 대한 존경은 처세의 제일 조건이라 가르쳐 왔다. 동양에선 덕이 있으면 與德爲隣(여덕위린) 이웃이 생기고,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외롭지 않게 더불어 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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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공자)님의 수많은 성언 중에서 나이 들면서 경계할 君子三戒(군자삼계)가 있다. 論語(논어) 季氏(계씨)편에 있는 내용은 청년기에는 여색, 장년기에는 완력, 노년기에는 탐욕을 조심하라는 것인데 군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마음속에 새겨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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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대한 교훈서라면 ‘菜根譚(채근담)’만큼 다양하게 실린 책도 드물 것이다. 지은 사람이 明末(명말)의 還初道人(환초도인) 洪自誠(홍자성)이라는데 저자에 대해선 의외로 알려진 바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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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도 사람이 맛이 별로인 나물 뿌리菜根/ 채근를 씹을 수 있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한 宋(송)의 유학자 汪信民(왕신민)의 말에서 나왔다고 본다. 군자는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持身不可輕)’고 한 성어는 인간사에 대한 교훈이 222장에 달하는 前集(전집) 106장에 들어 있다. 자연에 대한 즐거움이 주로 나오는 後集(후집)은 모두 134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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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까지 보자. ‘군자는 몸가짐을 가벼이 안 되나니(士君子 持身不可輕/ 사군자 지신불가경), 가벼이 하면 사물이 나를 혼란시켜 한가롭고 안정된 맛이 없어진다(輕則物能撓我 而無悠閑鎮定之趣/ 경즉물능요아 이무유한진정지취).’ 撓我(요아)는 나를 흔들어 어지럽게 한다는 뜻. 이어지는 부분은 반대로 ‘마음 씀씀이는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用意不可重/ 용의불가중)’며 이렇게 해서는 사물에 얽매여 활발한 기상이 없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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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장에 나오는 한 가지만 더 든다. ‘몸가짐을 지나치게 맑게 하지 말 것이니(持身不可太皎潔/ 지신불가태교결), 때 묻고 더러움을 받아들일 수 있다(一切汚辱坵穢 要茹納得/ 일체오욕구예 요여납득). 남과 사귈 때는 너무 칼 같아서는 안 되니(與人不可太分明/ 여인불가태분명), 선악과 어질고 어리석음을 받아들여야 한다(一切善惡賢愚 要包容得/ 일체선악현우 요포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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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니 참으로 몸가짐이 어렵다. 하지만 군자나 인격자가 아닌 보통사람이라도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하면 어긋나지 않는다. 남을 위하고, 욕심을 앞세우지 말고, 자기가 제일이라 나서지 않는다면 다툼이 있을 수 없다. 말하기는 쉬워도 모두가 다 이럴 수는 없으니 끊임없이 분란이 일어난다. 특히 선을 앞세우고 속으로는 시커먼 악이 들어있는 사람들이 지도자라고 설치면 더욱 세상살이가 아득하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