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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6일 토요일

진화타겁趁火打劫 - 불난 곳을 휘저어 겁주고 치다.

진화타겁趁火打劫 - 불난 곳을 휘저어 겁주고 치다.

진화타겁(趁火打劫) - 불난 곳을 휘저어 겁주고 치다.

쫓을 진(走/5) 불 화(火/0) 칠 타(扌/2) 위협할 겁(力/5)

애호박에 말뚝 박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다 된 혼인 바람 넣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 몇 가지만 보고도 40~50가지나 된다는 놀부심술인줄 안다. 남이 싫어하는 것이나 잘못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심술이다. 이런 짓을 일삼는 놀부 같은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 당한다.

심술은 복을 내쫓는다고 心術去福(심술거복)이라 했다. 마음을 옳게 쓰지 못하고서 복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놀부의 이런 고약한 망나니짓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골탕을 먹이는 수준에 그친다고 해서 악인까지는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남에게 해를 끼쳐 구렁에 몰아넣고 제 이익만 차리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놀부의 심술은 애교 수준일 수도 있다. 불난 집에 가서 부채질하는 것은 물론 나쁜 일이지만 그 틈을 타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친다면 더욱 나쁜 범죄행위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합법적이어야 한다. 이런 당연한 원칙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아니 오히려 권장되는 곳이 죽느냐 사느냐 싸우는 전쟁판이다. 불난 곳을 찾아 휘젓고(趁火) 그 틈을 타 겁주고 치라(打劫)는 뜻으로 옛날의 용병술을 모은 "三十六計(삼십육계)"중의 勝戰計(승전계)에 나와 있다

잘 혼동하는 孫子兵法(손자병법)에도 兵不厭詐(병불염사)라 하여 전쟁에서는 적을 속이는 꾀를 꺼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선 특히 속임수를 강조했다. 적이 방심한 피로한 틈을 타 기습하기, 남의 힘을 빌려 적을 치기,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는 聲東擊西(성동격서) 등이 모두 승전계다. 제5계인 이 계책의 설명을 보자.

‘적이 내우에 시달리면 그 땅을 뺏고(敵害在內 則劫其地/ 적해재내 즉겁기지), 적이 외환에 시달리면 그 백성을 빼앗고(敵害在外 則劫其民/ 적해재외 즉겁기민), 내우와 외환에 겹쳐 있으면 그 나라를 빼앗는다(內外交害 則劫其國/ 내외교해 즉겁기국).’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계책이지만 상대가 죽어야 살 수 있다면 피할 수도 없다. 오늘의 국제사회에서는 한 나라의 혼란한 틈을 타 자국의 이익만 취한다면 영원히 우호국이 되지 못한다.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닌데도 속임수로 경쟁자를 완전히 망하게 해놓고 자기의 이익만 취한다면 한 때는 성공에 취한다 해도 언젠가는 전모가 드러나 벌을 받고 재기불능이 된다.

조그만 문제로 대립하여 상대방을 일망타진했던 당쟁의 폐해는 오늘날도 겪는다. 건설적인 대화는 간 곳이 없고 모략으로라도 상대를 꺾어야 자기가 산다는 살벌함만 남아 민주주의는 자꾸만 퇴화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