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일려백懲一勵百 - 한 사람을 징계하여 여러 사람을 격려하다.
징일려백(懲一勵百) - 한 사람을 징계하여 여러 사람을 격려하다.
징계할 징(心/15) 한 일(一/0) 힘쓸 려(力/15) 일백 백(白/1)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군대에서 단체기합은 알려져 있다. 한 병사가 잘못 했을 때 다른 전 부대원이 공동으로 벌을 받는다. 이럴 때 모두 불평을 속으로 삭이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는 효과는 있다. 한 사람을 엄하게 벌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 一罰百戒(일벌백계)는 모두의 잘못을 벌하기 위해 한 사람을 본보기로 처벌하는 것인데 단체나 개인이나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孫子兵法(손자병법)의 孫武(손무)가 궁녀들을 훈련시킬 때 자꾸 틀려 왕의 총희를 목 베는 三令五申(삼령오신)의 이야기는 끔찍하다. 諸葛亮(제갈량)이 泣斬馬謖(읍참마속)도 못지않다. 군령을 어긴 친구의 동생 馬謖(마속)을 울며 목을 벴다. 군기를 번쩍 들게는 했지만 몇 사람의 목숨이 날아간 뒤이다.
이런 끔찍한 성어가 아니고 같은 뜻으로 한 사람을 징벌(懲一)함으로써 여러 사람을 격려한다(勵百)는 말이 훨씬 부드럽다. 중국의 고사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문집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다. 그 중 조선 후기의 실학자 李瀷(이익, 1681~1763)의 대표적 저술 ‘星湖僿說(성호사설, 僿는 잘게부술 사)’부터 보자. 이익의 호를 딴 이 책은 백과사전식의 3000여 항목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정치, 경제, 사상, 사건 등을 서술한 人事門(인사문)에 용례가 있다. 군정은 백성의 숫자를 두루 알아야 하는데 상하 조직을 엄격히 하여 다스린다. 죄상을 적발했을 때는 ‘하나를 징계하고 일백을 격려하여 백성에게 미더움을 보인다면(懲一勵百 示信扵民/ 징일려백 시신어민)’ 단속될 수 있다고 했다. 扵는 어조사 어.
중기의 문신 金誠一(김성일, 1538~1593)의 ‘鶴峯集(학봉집)’에는 왜란 때 왜적들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사람들에게 귀환명령을 내리며 이 말을 썼다. 관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기록하고 심한 자는 ‘군관을 파견해 잡아다가 군령에 의하여 처단하여, 한 사람을 징계함으로써 백 사람을 격려하도록 하라(軍官發遣捉來 依軍令處斬 懲一勵百/ 군관발견착래 의군령처참 징일려백)’고 했다.
이 말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어 효과를 보지만 잘 가려서 개인이나 단체에 억울함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一罰(일벌)로 될 것이 있고, 百罰(백벌)로도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