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슬독서著膝讀書 –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책을 읽다.
착슬독서(著膝讀書) –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책을 읽다.
나타날 저, 붙을 착(艹/9) 무릎 슬(肉/11) 읽을 독(言/15) 글 서(曰/6)
책을 많이 읽고 부지런히 공부하라는 선현의 가르침은 차고 넘친다. 가을철에 독서주간이 있고 함께 따르는 螢雪之功(형설지공)은 고생을 이기고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벽을 뚫어 훔친 빛으로 공부하여 성공했다는 鑿壁偸光(착벽투광)도 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옛 현인과도 벗이 된다는 讀書尙友(독서상우)의 孟子(맹자)나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억척스레 공부한 태도를 나타내는 것도 머리칼을 매달고 넓적다리를 찌르며 잠을 쫓아 공부한 懸頭刺股(현두자고)나 소를 타고 가면서도 쇠뿔에 걸어놓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牛角掛書(우각괘서)도 있다.
무릎을 방바닥에 딱 붙이고(著膝) 책을 읽으라(讀書)는 이 말도 읽는 태도에 관한 성어다. 나타날 著(저)는 붙는다는 뜻으로는 ‘착’으로 읽는다. 조선 英祖(영조)때 安東(안동) 지역에서 학술을 강론하여 많은 제자를 길러냈던 학자 李象靖(이상정, 1710 ~ 1781)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말이다. 호가 大山(대산)인 이상정은 아들에게 몸가짐을 가볍게 하지 말고 엉덩이를 묵직하게 가라앉혀 독서하라고 가르쳤다. 정민 교수의 저작 ‘조심’에서 소개해 알려진 이 말은 大山集(대산집)의 ‘答兒(답아)‘에 실려 있다.
아들에 공부를 당부하는 내용을 보자. ’반드시 마음을 누르고 뜻을 안정시킨 뒤에 무릎을 붙이고 독서를 해야 한다(須抑心定志 著膝讀書/ 수억심정지 착슬독서).‘ 그러면서 이어서 말한다. ’그저 시간만 보내면 책을 읽더라도 안 읽은 것과 마찬가지다(只悠悠度日 雖讀如不讀也/ 지유유도일 수독여부독야). 반드시 진도를 적게 잡고 많이 읽어 밤이면 외워야지 대충 읽고만 넘어가서는 안 된다(須少課而多讀 夜則成誦 不可泛泛讀過/ 수소과이다독 야즉성송 불가범범독과).‘
조선 중기 문신 趙宗敬(조종경, 1495~1535)의 ‘獨庵遺稿(독암유고)’에는 더욱 다잡는 구절이 있다. ‘긴 세월 무릎 붙여 책상 절로 구멍 나게(著膝長年榻自穿/ 착슬장년탑자천)’ 공부해야 막힘없이 될 수 있다고 했다. 榻은 긴걸상 탑.
책을 읽어 부지런히 공부하면 높은 벼슬에 올라 많은 녹을 받을 수 있다고 書中自有千鍾粟(서중자유천종속)이라 했다. 오늘날 바로 녹이 나오지 않을지라도 분명 독서는 마음에 정신적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게임에, 모바일에 독서시간을 많이 뺏기는 사람들이 다시 생각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