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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5일 화요일

척탕천고수滌蕩千古愁 – 천고의 시름을 씻다.

척탕천고수滌蕩千古愁 – 천고의 시름을 씻다.

척탕천고수(滌蕩千古愁) – 천고의 시름을 씻다.

씻을 척(氵/11) 끓을 탕(氵/9) 일천 천(十/1) 예 고(口/2) 근심 수(心/9)

술을 적극 찬미하는 사람은 약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며 百藥之長(백약지장)이라 한다.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니 忘憂物(망우물)이기도 한데 삼천갑자 東方朔(동방삭)은 한 술 더 뜬다. ‘근심을 없애는 데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銷憂者 莫若酒/ 소우자 막약주).’ 이런 시름을 술로써 가장 많이 푼 사람은 아마 중국 唐(당)나라 李白(이백, 701~762)일 듯하다. 그는 귀양 온 신선(謫仙人/ 적선인)이라 불리듯이 시국이 뜻과 같지 않다고 울분을 터뜨리며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불렀다. 詩聖(시성) 杜甫(두보)도 그를 두고 읊었다. ‘이백은 술 한 말 마시면 시 백 편을 썼다(李白一斗詩百篇/ 이백일두시백편).’

이백은 술을 마셔도 홀로 마실 때가 많았다. ‘꽃밭에 맛있는 술 한 항아리,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화간일호주 독작무상친),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는구나(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란 ‘月下獨酌(월하독작)’ 시가 잘 말한다. 邀는 맞을 요. 그런데 천고의 걱정거리(千古愁)를 씻는다는 이백의 이 구절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해소한다.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이 지녀온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시름을 친구와 함께라면 지울 수 있으리라. 밝은 달빛 아래 부어라 마셔라 술과 함께 하룻밤을 새우면 시름에서 해방된다. 마음껏 마시다 취하면 자연 속에서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베개 삼아 누우면 그만이라. 술로써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호방한 시 ‘벗과 함께 묵으며(友人會宿/ 우인회숙)’의 내용이다. 짤막하니 전문을 보자. ‘천고의 시름을 씻어버리며(滌蕩千古愁/ 척탕천고수), 자리에 눌러앉아 백병의 술을 마신다(留連百壺飮/ 유련백호음), 좋은 밤 마땅히 이야기로 지새우리(良宵宜淸談/ 양소의청담), 밝은 달빛에 잠을 이룰 수 없구나(皓月未能寢/ 호월미능침), 술 취하여 텅 빈 산에 누우니(醉來臥空山/ 취래와공산), 하늘과 땅이 곧 이불이요 베개로다(天地卽衾枕/ 천지즉금침).’

이백의 시대로부터 천년이 넘게 지났기에 다시 천고수가 쌓였는지 걱정거리가 더 많아진 듯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