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자 척(尸/1) 베 포(巾/2) 말 두(斗/0) 조 속(米/6)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란 형제는 우애도 배우고 경쟁도 하는 사이다. 길을 가다 금덩이를 주운 형제가 욕심에 우애를 버릴까봐 강에 던졌다는 兄弟投金(형제투금) 이야기도 있고, 인류 최초의 살인자도 동생을 죽인 형 카인이었다. 외부서 싸움을 걸면 형제가 힘을 합쳐 막아내지만, 재산이 비슷할 때만 우애가 가능하다거나 형제라도 돈에서는 남이라는 서양 격언은 알력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어도 많아 이 난에서도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나 同室操戈(동실조과) 등을 소개했다.
이보다는 약간 생소하지만 한 자의 베(尺布)와 한 말의 조(斗粟)란 뜻의 이 말도 형제간의 불화를 나타낸다. 거꾸로 斗粟尺布(두속척포)라 해도 같다. 얼마 안 되는 옷감과 곡식이라도 모아서 의식에 보태는 것이 형제인데 그러지 못한 漢(한)나라의 5대 文帝(문제)를 조롱하는 고사에서 나왔다.
‘史記(사기)’와 ‘漢書(한서)’의 淮南衡山(회남형산) 열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실려 전한다. 간단하게 내용을 보자.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은 나라를 세운 후 각 지역을 순시하다 趙王(조왕)이 바친 미녀의 시중을 받고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정무에 쫓겨 까마득하게 잊었다가 여인은 아들을 유방에 보내고 자살한다.
劉長(유장)이라 이름을 지어준 아이는 총명하고 자랄수록 유방을 닮아가 사랑을 독차지했고 일찍 淮南王(회남왕)으로 봉했다. 고조가 죽고 呂后(여후)가 전단하던 왕조를 평정한 뒤 왕위에 옹립된 劉恒(유항)이 문제다. 그즈음 유장은 회남에서 이복 형이 황제가 되자 기고만장해서 마음대로 행동했다. 황제를 알현하러 와서도 군신의 예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사냥을 나갈 때도 수레에 억지로 같이 탔다.
문제는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회남왕은 고쳐지지 않았고 급기야 반란을 꾀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를 알아차리고 유장을 체포해 蜀(촉)으로 귀양 보냈다. 그곳에서 유장이 굶어죽자 문제는 박정하게 한 것을 후회했다. 민간에서는 왕이 천하를 차지하고도 동생에게 무정했다는 노래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 자의 조각 천이라도 이어서 꿰매면 입을 수 있고, 한 말의 조라도 나누어 먹으면 굶어 죽지 않는데, 형제가 서로 용납하지 않는구나(一尺布 尚可縫 一斗粟 尚可舂 兄弟二人不能相容/ 일척포 상가봉 일두속 상가용 형제이인불능상용).’ 舂은 찧을 용.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