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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천륜지락天倫之樂 - 하늘이 정해준 관계에서 생기는 즐거움 

천륜지락天倫之樂 - 하늘이 정해준 관계에서 생기는 즐거움 

천륜지락(天倫之樂) - 하늘이 정해준 관계에서 생기는 즐거움\xa0

하늘 천(大/1) 인륜 륜(亻/8) 갈 지(丿/3) 즐길 락(木/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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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倫理(윤리)에는 부자나 형제관계 등 혈연으로 맺어져 끊을 수 없는 天倫(천륜)이 있다. 이에 비해 부부나 군신 등 사람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땐 갈라서기도 하는 人倫(인륜)이 있다. 같은 피로 연결 되었는지 여부로 구분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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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관계는 父爲子綱(부위자강)이나 父子有親(부자유친) 등 삼강오륜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孝(효)를 중시했는데 형제관계는 다툼이 없지 않아 骨肉相殘(골육상잔)의 비극이 종종 나왔다. 이를 경계함인지 형제의 우애가 앞서야 한다는 성어가 많다. 아득히 중국 詩經(시경)에서부터 ‘형제가 화합하고 나서야 화락하고 또 길이 즐길 수 있다(兄弟旣翕 和樂且湛/ 형제기흡 화락차담)’고 했을 정도다. 翕은 모을 흡, 湛은 즐길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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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다. 하늘이 정해준 부모와 형제(天倫)가 한자리에서 즐기는(之樂) 만큼 더한 기쁨은 없다. 이 말은 唐(당)나라 시선 李白(이백)이 봄날 밤에 연회를 열고 천륜의 형제들이 모여 시를 짓고 즐긴다는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의 시구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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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라는 것은 만물을 맞이하는 여관이고, 세월이라는 것은 잠시 지나는 나그네(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 부천지자 만물지역려 광음자 백대지과객)’로 시작하는 유명한 시다. 성어가 나오는 중간 부분을 보자. ‘복사꽃 오얏꽃이 만발한 꽃동산에 모여(會桃李之芳園/ 회도리지방원), 형제들끼리 천륜의 즐거움을 펼치리(序天倫之樂事/ 서천륜지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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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우리 고전에도 다수 인용됐는데 특히 조선 전기의 학자 徐居正(서거정)의 ‘四佳文集(사가문집)’에는 형제에 관한 고사가 다수 나온다. 유래를 알아야 이해하는 까다로운 글이다. ‘기두의 시를 거울삼고, 형수가 나뉘는 것을 슬퍼하며(鑑箕豆之詩 悲荊樹之分/ 감기두지시 비형수지분), 복사꽃과 오얏꽃 아래에서 천륜을 펴고, 바람 불고 비 올 때는 상을 마주하여 대화를 나눈다(桃李也而叙天倫 風雨也而話對牀/ 도리야이서천륜 풍우야이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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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콩을 태우는 콩대는 煮豆燃萁(자두연기), 박태기나무를 형제가 나누려하니 말라 죽었다는 紫荊花(자형화) 이야기는 우애에 대한 가르침을, 비바람 치는 밤 형제가 마주한다는 風雨對牀(풍우대상)은 동기간 사랑이 돈독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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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별의별 사람이 나타나 천륜을 어기는 悖倫(패륜)도 잦다. 늙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겠다고 서로 떠미는 형제들, 자식을 내다버리는 젊은 부모도 흔히 나온다. 재산을 두고 지루하게 송사를 벌이는 형제들 다툼은 물려준 게 많은 집일수록 치열하다. 담 안에서 싸우는 兄弟鬩墻(형제혁장)이 그것을 가리킨다. 이 모두 하늘이 정해준 천륜의 즐거움을 내팽개친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