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소지千夫所指 -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다.
천부소지(千夫所指) -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다.\xa0
일천 천(十/1) 지아비 부(大/1) 바 소(戶/4) 가리킬 지(扌/6)
손가락(指/ 지)이 들어가는 관용어 중에 見指望月(견지망월)이란 것이 있다.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키니 見指忘月(견지망월), 즉 달은 잊고 손가락 끝만 본다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性徹(성철) 스님의 법문에서 왔다는 이 말은 본질은 보지 않고 겉핥기만 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이 손가락이 어떤 사람을 향할 때 당사자는 영광일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얕보거나 흉볼 때 하는 손가락질을, 잘했다고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럿의 말이 쇠도 녹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많은 사람이(千夫) 손가락으로 가리킨다면(所指) 指彈(지탄)이란 말대로 탄환을 맞은 듯 견디지 못한다.\xa0
이 성어는 班固(반고)가 20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漢書(한서)’ 열전 王嘉(왕가)전에 나온다. 내용을 보자. 前漢(전한) 말기 13대 哀帝(애제) 때 승상을 지낸 왕가는 성격이 강직하고 아부를 몰랐으며, 직언을 잘 하여 두루 신망을 받았다. 애제도 바른 말을 하고 쓸 만한 인재를 추천하는 왕가를 무척 신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애제는 董賢(동현)이란 미소년을 애지중지하여 그는 물론 가족들까지 벼슬을 내렸다. 행차할 때에는 항상 함께 태우고 다니며 떨어지지 않았다. 앞서 斷袖之嬖(단수지폐, 嬖는 사랑할 폐)에서 소개했듯 애제는 팔베개를 하여 함께 낮잠도 자고, 깨우지 않으려 용포소매를 자르고 일어날 정도였다.\xa0
애제가 많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현에 작위를 주고 2천 호를 하사하자 왕가는 참을 수 없어 글을 올렸다. ‘동현은 폐하의 은총만을 믿고 밖에서 멋대로 행동하여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속담에 말하길 천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고 했습니다(流聞四方 皆同怨之 里諺曰 千人所指 無病而死/ 류문사방 개동원지 리언왈 천인소지 무병이사).’ 애제가 대로하여 독을 마시고 자살하게 하였으나 왕가는 감옥에서 음식을 20일 동안 거부한 채 피를 토하고 죽었다. 1년 뒤 애제가 죽자 권세를 잃은 동현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