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죽마靑梅竹馬 - 어릴 때부터 의좋게 지낸 한 쌍의 남녀
청매죽마(靑梅竹馬) - 어릴 때부터 의좋게 지낸 한 쌍의 남녀
푸를 청(靑/0) 매화 매(木/7) 대 죽(竹/0) 말 마(馬/0)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같이 놀며 자란 벗의 대명사는 竹馬故友(죽마고우)다. 장난감 죽마를 타고 놀았으니 주로 사내아이끼리의 우정을 일컫는다. 옛날 문물과 예의를 방대하게 모아 놓은 유교의 경전 禮記(예기)에서는 남녀의 구별이 엄격했다.
한부분만 봐도 남자와 여자는 섞여 앉지 않으며 옷걸이도 같이 하지 않고 수건과 빗도 따로 쓴다(男女不雜坐 不同椸枷 不同巾櫛/ 남녀부잡좌 부동이가 부동건즐)고 했다. 椸는 횃대 이, 枷는 칼 가, 櫛은 빗 즐. 이처럼 남녀가 유별하다고 교육을 받아왔으니 일곱 살만 되면 男女不同席(남녀부동석)이라고 놀이도 따로 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무리 유별하다고 해서 더 어릴 때 사내아이나 여자아이 함께 어울려 장난감으로 살림살이 흉내를 내는 소꿉놀이는 구별을 할 일이 없다. 푸른 매실(靑梅)을 장난감으로 여기는 계집아이가 죽마(竹馬)를 타고 노는 어린 사내아이와 섞여 놀 때는 남녀가 따로 없다.
엄격한 가르침을 받은 고지식한 어른들이라도 꼬마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어울려 노는 모습에선 절로 미소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합쳐 부르게 되면 남녀가 장성하고서도 의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 성어가 됐다. 唐(당)나라의 詩仙(시선) 李白(이백)의 ‘長干行(장간행)‘이라는 오언고시 시구에서 비롯된 말이라 한다.
어릴 때 함께 스스럼없이 지내다 부부가 된 후 열 여섯에 먼 땅으로 떠난 남편을 그리워 찾아 나선다. 성어가 나오는 앞부분을 보자. ‘제 머리 막 이마를 덮었을 때 꽃 꺾으며 문 앞에서 놀았지요(妾髮初覆額 折花門前劇/ 첩발초복액 절화문전극), 그대는 죽마 타고 와서 난간을 뱅뱅 돌며 청매로 놀렸지요(郎騎竹馬來 遶牀弄靑梅/ 낭기죽마래 요상농청매).’ 遶는 두를 요.
長干(장간)이란 마을에서 함께 놀던 때는 두 아이가 서로 친숙하여 스스럼이 없었다는 兩小無猜(양소무시)란 말이 그 뒤에 따른다. 어릴 때를 그리워하며 수백 리 먼 길을 걸어 長風沙(장풍사)에서 반갑게 만난다는 내용이다.
두 남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어린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다 자라서도 의좋은 한 쌍의 부부가 된 행운의 경우다. 우리의 단편 명작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도 천진무구한 소년소녀의 이성에 눈뜨는 과정과 씁쓸한 이별을 그린다. 미소를 가져오는 이런 관계가 요즘 드러나는 모습에선 살벌한 면이 많다.
어릴 때는 느끼지 못했다가도 자라서는 남자가 여자를 해치기만 하는 존재, 여자는 남자의 앞길을 막으며 앞서가는 존재로 여긴다. 물론 그런 면이 있다고 해도 조금씩 양보하여 친밀한 관계가 회복돼야 사회가 발전하고 인류가 지속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