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순건설焦脣乾舌 - 입술이 타고 혀가 마르다, 몸과 마음이 몹시 괴롭다.
초순건설(焦脣乾舌) - 입술이 타고 혀가 마르다, 몸과 마음이 몹시 괴롭다.
탈 초(灬/8) 입술 순(肉/7) 마를 건(乙/10) 혀 설(舌/0)
입술과 혀가 말을 정확히 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만큼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성어가 많다.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말조심을 하라고 舌底有斧(설저유부),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한다. 칼이나 창과 같이 사람을 해친다고 舌劍脣槍(설검순창)이라 했다.
입술과 혀를 헛되게 놀리면 徒費脣舌(도비순설), 아무 보람이 없으며,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차는 搖脣鼓舌(요순고설)은 함부로 남을 비평하는 것이 된다. 어느 것이나 입을 함부로 놀리면 남을 해쳐 자기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이와 같은 뜻과는 달리 입술이 타고(焦脣) 혀가 마르는(乾舌) 일은 몸과 마음이 매우 괴로운 상태를 나타낸다. 舌乾脣焦(설건순초)라 해도 같다.
이 정도로 자기 몸이 괴롭다고 표현한 사람은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때 남방에 위치한 越(월)나라의 왕 句踐(구천)이었다. 오랫동안 원수 사이로 있는 관계를 吳越(오월)이라 하듯이 구천은 吳(오)나라의 夫差(부차)에게 會稽(회계)에서 굴욕적인 항복을 하고 복수의 칼을 갈았다.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복수할 때를 기다린다는 臥薪嘗膽(와신상담, 薪은 섶 신)에서 쓸개를 핥은 이가 구천이다. ‘史記(사기)’의 仲尼(중니) 제자열전과 ‘吳越春秋(오월춘추)’에 실려 있다. 後漢(후한)의 趙曄(조엽)이 역사적인 사실에다 문학적인 재미를 가해 기술한 것이 뒤의 책이다.
齊(제)나라가 모국 魯(노)를 침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孔子(공자)는 언변이 좋은 제자 子貢(자공)을 보내 해결하게 했다. 제나라를 설득한 자공은 구천을 만나러 갔다. 오나라가 제를 침략할 것이니 국력이 쇠퇴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반색한 구천이 말했다.
‘회계에서 곤욕을 당하고 그 고통이 뼛속까지 사무쳐 밤낮 입술이 타고 혀는 마릅니다(困於會稽 痛入於骨髓 日夜焦脣乾舌/ 곤어회계 통입어골수 일야초순건설).’ 복수의 일념에 불타는 구천이 자공의 계획대로 오왕 부차를 따르는 척 하며 군사와 무기를 보냈고 연이은 전쟁으로 국력이 쇠약해진 부차는 멸망의 길로 갔다.
‘입술에 침도 마르기 전에 돌아앉는다’는 말이 있다. 약속을 금방 내팽개칠 때 하는 말이다. 입술이 탈 정도로 말을 했다면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이 지껄였다는 말도 된다. 입이 바싹바싹 마를 정도면 많이 긴장했거나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괴로움에 시달렸을 때다.
지진이나 큰 산불 등 재난이나, 주기적으로 엄습하는 전염병으로 비상이 걸렸을 때는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입술을 태우며 긴장한다. 이럴 때일수록 함부로 날뛰다간 더 그르치니 차근차근 정해진 대응책으로 따라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