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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1일 월요일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 -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긴다,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 -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긴다,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 -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긴다,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

한 일(一/0) 들 거(手/14) 손 수(手/0) 한 일(一/0) 던질 투(扌/4) 발 족(足/0)

손을 한 번 들고(一擧手) 발을 한 번 내딛는(一投足) 일은 무척 쉽다. 손발이 불편한 장애인에겐 어려운 일이지만 갓난아이도 할 수 있는 이 동작이 쉬운 일의 비유가 된 것은 중국 唐(당)나라의 韓愈(한유, 768~824)에서 비롯됐다. 문장에서 빼어난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도 25세에 과거시험 1차에 합격한 뒤 2차 吏部(이부) 시험에서는 몇 번을 응시하여 번번이 낙방한 모양이었다.

이 당시의 과거에서는 시험관에게 응시자들이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문을 지어 제출하는 것이 관례였다는데 한유도 실력을 발휘했다.

제목이 ‘과거에 응시하면서 담당자에게 주는 편지(應科目時與人書/ 응과목시여인서)’인 이 글에서 한유는 시험관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급제의 영광을 베풀어 달라고 구구절절 부탁을 하고 있다. 천지 바닷가나 큰 강가에 사는 큰 괴물이 물을 얻으면 비바람을 몰아치게 하고 하늘은 오르내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지만, 물을 만나지 못하면 평범한 작은 물고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어간다. 그것을 힘 있는 사람이 안타깝게 여겨 옮겨주는 것은 ‘손 한 번 움직이고 다리 한 번 움직이는 노고에 불과하지만(蓋一擧手一投足之勞也/ 개일거수일투족지로야)’ 이 동물에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본론에 들어가면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지금 힘 있는 사람이 앞에 있어 외쳐 보는데 ‘어찌 손 한 번 움직이고 다리 한 번 움직이는 노고를 잊어버리고(而忘一擧手一投足勞/ 이망일거수일투족로)’ 맑은 물에 옮겨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읍소한다. 한유 자신은 비바람을 몰아치는 큰 인물과 같은데 물을 만나지 못해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니 발탁해 달라는 이야기다. 담당자에게는 자신을 급제시키는 일이 손발 한 번 까딱하는 정도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니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한 것이다.

당시 과거시험의 자기 소개서인 셈인데 훌륭한 문장으로 급제시키는 것이니 오늘날의 청탁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뽑는 일이 손발 한 번 움직이는 정도로 쉬운 일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갓난애도 할 수 있다는 쉬운 이 말이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일컫는 말이 됐고, 특히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지켜보니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말 한 마디가 중요한 의미로 해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