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한수他人鼾睡 - 다른 사람의 코고는 소리, 악의 없는 행위가 나에게 방해가 됨
타인한수(他人鼾睡) - 다른 사람의 코고는 소리, 악의 없는 행위가 나에게 방해가 됨
다를 타(亻/3) 사람 인(人/0) 코고는소리 한(鼻/3) 졸음 수(目/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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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든, 남의 코든 코가 높다거나 코를 쳐든다면 욕을 먹는다. 눈보다는 가치를 낮게 잡아도 코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솟아 자존심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다. 자기가 급하면 吾鼻三尺(오비삼척)이라 내 코가 석자라며 남을 돌볼 처지가 안 되고, 정신 못 차리게 바쁘면 眼鼻莫開(안비막개)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렇게 자주 코를 앞세우지만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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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드르렁 소리를 내며 코를 골 때다. 더 고약한 것이 자신이 골 때는 느끼지 못하고, 남이(他人) 자면서 코를 고는 소리(鼾睡)는 같이 자는 사람들의 숙면을 방해한다. 더군다나 지적해주면 골지 않았다고 화부터 내니 전혀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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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가 자신의 세력이나 이익을 침범한다거나 눈에 거슬리며 방해가 된다는 뜻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宋(송)나라를 개국한 趙匡胤(조광윤)이었다. 後周(후주)의 친위대장이던 그는 부하들이 陳橋兵變(진교병변)을 일으켜 7세의 어린 황제에게서 선양받는 형식으로 960년 太祖(태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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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代(오대) 최후의 왕조가 이처럼 망하고 남쪽의 十國(십국)도 하나씩 흡수해 중국 전역의 통일을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南唐(남당)의 後主(후주) 李煜(이욱)은 송의 정벌이 두려워 외교에 능한 徐鉉(서현)을 사신으로 보냈다. 元(원)나라 때의 托克托(탁극탁)이 지은 사서 ‘宋史(송사)’ 등에 성어가 사용된 전후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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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태조 앞에서 대국 송나라를 공손히 섬기니 강남은 죄가 없다고 남당을 공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평화적으로 합병하려던 태조는 ‘강남무죄론‘만을 고집스럽게 되뇌는 것에 화가 났다. ’강남이 역시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러나 단지 천하는 한 집안인데(江南亦有何罪 但天下一家/ 강남역유하죄 단천하일가), 침대 곁에서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며 자는 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는가(臥榻之側 豈容他人鼾睡乎/ 와탑지측 기용타인한수호)?‘ 榻은 긴걸상 탑. 강남 지역도 송의 영토인데 그곳에 다른 세력을 묵과할 수 없다는 위협이었다. 서현은 겁을 먹고 물러났고 남당은 얼마 뒤 송나라에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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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鳴鼻鼾(이명비한)이란 말이 있다. 귀울림이란 이명은 다른 소리가 없는데 자기만 들린다고 생각하는 중세이고 비한은 자기만 듣지 못하는 코골이다. 燕巖(연암) 朴趾源(박지원)이 비유를 기막히게 한 글이 ‘孔雀館文稿(공작관문고)’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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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인정하지 않는데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사람과 모두가 아는 자신의 장점을 혼자 모를 때 ‘비유하자면 바로 귀가 울리고 코를 고는 소리와 같다(譬如耳鳴而鼻鼾/ 비여이명이비한)’고 한 것이다. 코를 골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적할 때 잡아떼는 것이 더 문제다. 내가 하는 것은 항상 바르고 남이 할 때는 나쁜 ‘내로남불’의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 제공: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