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실胎室과 태항아리 1편
■ 태실(胎室)과 태항아리 1편
현대의학은 인간의 유전자 구조를 해독하여 ‘생로병사’의 신비한 순환체계를 밝혀내고 있다. 그리하여 생명공학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난치병을 정복하면서 현대과학을 한층 더 인간 생활에 접목하여 꽃을 피우고 있다. 각국은 생명공학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명공학 연구에서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이다. 몇 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박사 사건에서 보았듯이 인간의 생로병사의 키를 쥐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줄기세포를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중히 다루고 보관하였다는 놀라운 사실.
태실(胎室)이란 태를 묻는 곳을 말한다. 전국 곳곳에는 태봉, 태실, 태장, 태묘라는 지명이 더러 보이는데, 산모가 태아를 출산한 후 나오는 태반을 묻은 장소라서 얻은 이름이다. 양반 사대부집 자녀들의 태를 묻은 곳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조선시대 왕손들의 태를 묻은 곳이다. 태실(胎室)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우리의 독특한 문화이다.
우리나라에는 아기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명산에 묻는 풍습이 있었다. 그 외에도 아들이 전쟁에 나가거나 식구 중에 먼 길 떠나는 이가 있으면 머리카락 몇 가닥과 손톱, 발톱을 깎아서 한지에 곱게 싼 다음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식구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뒤 태워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만약 죽게 되어 시신을 수습하지 못할 때는 보관했던 신체일부를 대신 묻어 장사를 지내곤 했다.
우리 선조들의 태아에 대한 태중교육 즉 태교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어미는 아기를 잉태하기 전 천지신명과 삼신할머니께 좋은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했으며, 잉태를 하면 정성껏 태교를 했다. 뱃속의 아기와 어머니를 이어주는 생명줄- ‘태(胎)’는 새 생명을 창조하는 영양 공급원이며, 하늘에서 점지하신 자식을 만나게 되는 인연의 연결이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태를 아주 소중하게 다뤘다.
아기 배꼽에서 떨어져 나온 탯줄을 한지에 곱게 싸고 명주실로 꼼꼼히 묶은 뒤 안방 높은 곳에 걸어 두었다가 아이가 아프면 건조된 태를 잘게 썰어 달여 먹이기도 했다. 그만큼 태(胎)가 지닌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 각별했던 만큼 좋은 항아리에 태를 담아 좋은 땅에 묻는 풍습이 정착할 수 있었다.
태호는 아기의 태를 담아서 매장했던 항아리를 말하며, 아기의 태뿐 아니라 아기가 죽으면 아기의 시체를 담아서 매장하는 아기무덤으로도 사용했다. 아기가 죽으면 아기 시체를 관에다 넣을 수는 없으니까 간단하게 아기의 시신을 묻는 데 사용했다. 이 무덤을 산간 지방에서는 아장(아기를 장사한곳)사리라고도 하였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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