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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8일 월요일

편복지역蝙蝠之役 - 박쥐구실, 줏대 없는 행동

편복지역蝙蝠之役 - 박쥐구실, 줏대 없는 행동

편복지역(蝙蝠之役) - 박쥐구실, 줏대 없는 행동

박쥐 편(虫/9) 박쥐 복(虫/9) 갈 지(丿/3) 부릴 역(彳/4)\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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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모습은 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막이 있어 날 수도 있다. 쥐도 새도 아니면서 편리한 대로 양쪽 편에 모두 낄 수 있다. 중국에선 의외로 행복의 상징이라며 蝙蝠(편복) 외에 나타내는 말이 긍정적이다. 낮에는 엎드려 있고 날개가 있다 하여 伏翼(복익), 飛鼠(비서)에서 仙鼠(선서), 天鼠(천서)라고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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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선 박쥐를 마녀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사용하고 우리나라서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박쥐구실이란 말이 생겼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줏대 없는 행동을 말한다. 교묘하게 변명을 하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오가는 절개 없는 사람, 기회주의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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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조 때의 학자 玄默子(현묵자) 洪萬宗(홍만종)의 ‘旬五志(순오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의 시가나 중국의 작품을 평론한 외에 130여 종의 우리 속담을 수록한 책으로 보름이 걸려 완성했다고 하는 책이다. 이야기를 간추려보자. 새들끼리 모여 봉황을 축하하는 자리에 박쥐가 불참했다. 봉황이 박쥐를 불러다 부하이면서 축하도 해주지 않고 거만하다며 꾸짖었다. 박쥐는 네 발 가진 짐승인데 새들 모임에 왜 가느냐고 도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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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 이번엔 기린을 축수하는 잔치가 있었는데 온갖 짐승들이 다 모였어도 박쥐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다 어찌 축하잔치에 안 올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박쥐가 이번에는 새인데 왜 짐승들의 잔치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날개를 펼쳐보였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 박쥐는 날짐승과 길짐승 양쪽에서 미움을 받게 되어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 숨어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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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의 대학자 徐居正(서거정)은 ‘蝙蝠賦(편복부)’에서 이런 박쥐를 애틋해한다. ‘쥐 몸에 새 날개, 그 형상 기괴하다, 낮 아닌 밤에만 나다니니, 그 종적이 음침하고 창황하다(身鼠而翼鳥兮 何形質之怪奇而難狀也 不晝而卽夜兮 何蹤跡之暗昧而惝恍也/ 신서이익조혜 하형질지괴기이난상야 부주이즉야혜 하종적지암매이창황야).’ 蹤은 발자취 종, 惝은 경황없을 창, 恍은 황홀할 황. 그러면서 홀로 조용히 살 수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