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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토요일

피갈회옥被褐懷玉 - 굵은 베옷 속에 구슬을 품다, 겉은 보잘 것 없어도 속이 알차다.

피갈회옥被褐懷玉 - 굵은 베옷 속에 구슬을 품다, 겉은 보잘 것 없어도 속이 알차다.

피갈회옥(被褐懷玉) - 굵은 베옷 속에 구슬을 품다, 겉은 보잘 것 없어도 속이 알차다.

입을 피(衤/5) 갈색 갈(衤/9) 품을 회(忄/16) 구슬 옥(玉/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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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든 것은 보잘 것 없어도 잘 꾸미면 돋보인다. ‘의복이 날개’라 옷을 잘 입으면 한 인물 더 잘나 보인다. 하지만 추잡함을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겉포장에 힘쓴다면 언젠가는 들통 난다. 내면은 형편없는데 겉모양만 금옥처럼 꾸민 金玉敗絮(금옥패서)가 되고 더 낮춰 錦褓裏犬矢(금보리견시), ‘비단보에 개똥’이라 욕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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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간판에 개고기를 팔면 羊頭狗肉(양두구육)의 사기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검은 가마솥의 속에는 하얀 밥이 소복하여 군침을 돋운다. 온갖 지혜로 가득한 현인이 겉보기에는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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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는 굵은 베옷(被褐)을 입고 있으나 속에는 구슬을 품고 있다(懷玉)는 성어가 이것을 말한다. 꽉 찬 속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위서 알게 된다는 無爲自然(무위자연)의 老子(노자)가 한 말이다. 道(도)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 인위적인 것을 배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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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의 거친 베옷을 입은 남자 褐夫(갈부)는 너절한 옷의 천한 남자다. 그런 사람의 품속에 소중한 보배 玉(옥)이 들어 있으니 겉보기만으로 대할 수 없다. 노자가 관문을 지날 때 그곳을 지키던 尹喜(윤희)가 부탁하여 남겼다는 ‘道德經(도덕경)’의 70장 知難章(지난장)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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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말은 ‘알기도 매우 쉽고 행하기도 쉬운데(甚易知 甚易行/ 심이지 심이행)’ 세상 사람들은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겉핥기로 다만 도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것은 성인이 남루한 굵은 베옷을 입고, 가슴에는 보옥을 품은 것(是以聖人 被褐懷玉/ 시이성인 피갈회옥)’처럼 품에 가득 도덕을 안고 있는 사람을 겉보기에 어리석다고 하여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을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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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드러날 때가 있으니 다음 장에서 말한다. ‘알면서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좋고,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知不知上 不知知病/ 지부지상 부지지병)’이란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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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찬 사람은 겸손하다. 학문과 지식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실력이 있어도 속이 텅 빈 사람처럼 겸허했던 顔回(안회)를 가리켜 ‘꽉 차 있어도 텅 빈 것처럼 보인다(有若無 實若虛/ 유약무 실약허)’고 曾子(증자)가 표현한 말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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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내세워야 남이 알아준다며 큰 지혜도 없이 화려한 겉모습을 꾸미고 떵떵거리는 자리만 찾는 사람이 많은 요즘 시대에 노자의 탄식과 顔子(안자)의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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