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한시의 전개 방식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한시의 전개 방식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4년 3월 25일 월요일

선경후사先景後事 - 경치를 내세운 뒤 일은 뒤로, 한시의 전개 방식 

선경후사先景後事 - 경치를 내세운 뒤 일은 뒤로, 한시의 전개 방식 

선경후사(先景後事) - 경치를 내세운 뒤 일은 뒤로, 한시의 전개 방식\xa0

먼저 선(儿/4) 볕 경(日/8) 뒤 후(彳/6) 일 사(亅/7)

\xa0

공적인 일을 먼저,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룬다는 先公後私(선공후사)와 독음으로 헷갈리지만 뜻은 물론 완전 다르다. 경치를 먼저(先景), 일이나 감정은 뒤로(後事) 한다는 이 말은 漢詩(한시)를 창작할 때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라 한다.

\xa0

먼저 앞부분에는 자연 또는 사물을 묘사하고 나서 그것을 보고 느낀 시인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뒷부분에 서술하는 방식이다. 고대 중국의 詩經(시경)은 前漢(전한)의 毛亨(모형)이 주석한 것이 전해져 ‘毛詩(모시)’라고도 하는데 서문에 시론이 나온다.

\xa0

그 시론에 시의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있다. ‘시란 뜻이 가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으면 뜻이라 하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詩者 志之所之也 在心爲志 發言爲詩/ 시자 지지소지야 재심위지 발언위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것이 시의 출발점이란 말이다. 또 시경에는 형식적 분류와 표현방법으로 六義(육의)가 있다고 하면서 첫째는 風(풍), 둘째는 賦(부), 셋째는 比(비), 넷째는 興(흥), 다섯째는 雅(아), 여섯째가 頌(송)인데 먼저 자연이나 사물을 묘사하는 방식은 넷째의 흥에 해당된다고 했다.

\xa0

여기에 해당되는 시로 杜甫(두보)의 시 ‘絶句(절구)’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가장 짧은 네 구절로 이뤄진 시가 절구인데 그것으로 제목을 삼았다. ‘강물이 푸르니 새 더욱 희게 보이고(江碧鳥逾白/ 강벽조유백),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는 듯하구나(山靑花欲然/ 산청화욕연).

\xa0

봄도 벌써 지나가고 있으니(今春看又過/ 금춘간우과), 어느 해에나 고향에 돌아갈꼬(何日是歸年/ 하일시귀년).’ 逾는 넘을 유, 然은 불탈 燃(연)의 본자. 2개 구는 시인이 바라본 봄의 경관을 색을 대비하여 아름답게 묘사하고 그 뒤로 고향에 갈 수 없는 애절한 마음을 서술했다.

\xa0

한시가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자기의 의도를 제시하지 않고, 독자의 정서를 자극한 뒤 차츰 주제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문인이 지녀야 할 태도로 본 것이다. 이것이 풍자의 정신이고 훌륭한 문학이라고 이어져 왔다. 같은 뜻의 성어로 先景後敍(선경후서), 先景後情(선경후정)도 있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x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