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태해치 1편
■ 해태(해치) 1편
우리에게 제과회사 이름과 로고로 익숙한 해태(獬廌·獬豸:haetae)는 오랫동안 경복궁 앞을 지키고 있으면서 서울의 상징이 되었다. 그림 속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민화 속의 해태는 익살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려져 무서운 존재가 아닌 귀여운 동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한다.
해태는 동아시아 고대 전설 속에서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해치라고도 한다. 얼굴은 사자와 비슷하나 기린처럼 머리에 뿔이 있는 ‘해치’는 목에 방울을 달고 있으며, 몸 전체는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한다. 또, 겨드랑이에는 날개를 닮은 깃털이 나 있고, 여름에는 늪가에 살며 겨울에는 소나무 숲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한자로 해(獬)는 부정한 사람을 보면 뿔로 받는다는 ‘신수(神獸)’ ‘신통한 양’ 등을 뜻하고, 치(豸)는 ‘웅크리고 노려보다’ ‘풀리다’ 등의 의미가 있다. 영어로는 ‘the unicorn-lion(외뿔 달린 사자)’ 또는 ‘an omniscient mythical beast(모든 것을 다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춘 상상의 동물)’이라고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릉 해치상과 같이 정수리에 뿔이 나 있는 것과 광화문 해치상처럼 뿔이 없는 것 두 종류가 발견되고 있다. 각종 고전을 통해 본 해치의 성격에 관한 공통된 내용은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신수(神獸)라는 점이다. 해치는 정확한 판단력과 예지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행만 봐도 그 사람의 성품과 됨됨이를 알아차리며, 사람들 상호 간에 분규나 충돌이 있을 때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이치에 어긋난 행동을 한 자를 뿔로 받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극악한 죄를 지은 사람은 뿔로 받아 죽이고 먹어 치우기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탐관오리나 나쁜 관리들이 뜨끔하도록 의도적으로 노려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는 속성 때문에 해태는 재판과 관계 지어져 있어서, 후세에는 해치의 모습이 재판관의 옷에 그려졌다. 조선에서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은 관복의 흉배에 해치를 새기고 해치관을 썼다. 대사헌의 흉배에 새겨진 해태의 모습을 보면, 녹각과 같은 뿔이 달린 머리에 갈기가 돋았고, 크게 벌린 입, 포효하는 듯한 경쾌한 몸집, 그리고 꼬리 끝에 긴 털이 돋아 있다.
또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의 의미로 경복궁 앞에 한 쌍의 해치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도 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서울은 나라의 수도로 더없이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불에는 약하다고 한다. 특히 관악산은 유달리 불의 기운이 강한 산으로, 경복궁 뒤의 북악산이 관악산보다 낮아서 그 기운을 막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불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세우면서 화재를 막기 위해 경복궁 앞에 좌우로 두 개의 해치 석상을 세웠다고 한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