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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4일 일요일

향원익청香遠益淸 - 향기는 멀수록 더 맑다, 깊은 뜻은 거리를 둬야 잘 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 향기는 멀수록 더 맑다, 깊은 뜻은 거리를 둬야 잘 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 향기는 멀수록 더 맑다, 깊은 뜻은 거리를 둬야 잘 안다

향기 향(香/0) 멀 원(辶/10) 더할 익(皿/5) 맑을 청(氵/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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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하고 아껴 명문으로 남긴 시인묵객들은 많다. 전체를 말한 일반적인 꽃 말고 특정한 것으로는 봄의 전령이라 한 梅花(매화)가 앞설 터이다. 四君子(사군자)라는 梅蘭菊竹(매란국죽)서도 가장 앞서고, 중국 宋(송)나라 때의 林逋(임포, 逋는 도망갈 포)는 梅妻(매처)라며 사랑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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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지는 않아도 국화라면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의 陶淵明(도연명)처럼, 연꽃을 대표할 사람은 ‘愛蓮說(애련설)’의 周敦頤(주돈이, 頤는 턱 이)를 꼽을 것이다. 향기는 멀수록(香遠) 더욱 맑다는(益淸) 심오한 말이 여기서 나왔다. 모든 사물의 관계는 극대화되는 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은은한 기품은 멀리서 더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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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子(주자)에 조금 앞서 성리학의 기초를 닦았다는 주돈이는 호까지 맑은 濂溪(염계)이고, 周子(주자)로도 불린다. 연꽃을 매우 사랑하여 花之君子(화지군자)로 칭하며 덕을 칭송한 주돈이의 산문은 한문학의 명문으로 후세에 널리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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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첫 부분에서 晉(진)의 도연명은 국화를 유독 좋아했고, 唐(당)나라 이래로 모란을 귀하게 여겼다면서 자신이 연꽃을 사랑하게 된 연유를 밝힌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에서 자랐어도 그에 물들지 않고(蓮之出淤泥而不染/ 련지출어니이불염), 맑은 물결에 씻겨서도 요염하지 않기 때문이다(濯清漣而不妖/ 탁청련이불요).’ 淤는 진흙 어, 漣은 잔물결 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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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더욱 연꽃을 예찬하면서 향기를 말한다. ‘줄기 속은 비었어도 겉모습은 곧고, 덩굴은 뻗지도 않고 가지를 치지도 않는다(中通外直 不蔓不枝/ 중통외직 불만부지), 향기는 멀수록 더욱 청아하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다(香遠益清 亭亭淨植/ 향원익청 정정정식).’ 그래서 멀리서 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함부로 다룰 수 있으니 더욱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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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돈이는 연꽃을 묘사하면서 명리만 추구하고 주색에 빠진 당시 권세가들을 꼬집고 연꽃의 향기처럼 군자의 덕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한 멀리서 보면서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군자의 품격과 위엄도 함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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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돈이가 예찬한 연꽃은 다른 이름도 많다. 蓮荷(연하), 蓮花(연화), 荷花(하화), 藕花(우화, 藕는 연뿌리 우)에서 芙蓉(부용), 水丹花(수단화) 등이다. 불교서는 더욱 관련이 깊어 천상계에 핀다고 하는 성스런 연꽃이 天妙華(천묘화)고 曼陀羅華(만다라화)라고도 한다.

迦葉(가섭)만이 알아듣고 활짝 웃은 拈華微笑(염화미소)도 부처님이 연꽃송이를 집어 올렸을 때다. 멀리서 보아야 향기가 깊고 더 예쁜 연꽃이야말로 나만 옳다고 억지주장만 판치는 우리 사회에 겸손을 가르치는 꽃일 수밖에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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