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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7일 토요일

허영을 부리지 않는 나무에

허영을 부리지 않는 나무에

허영을 부리지 않는 나무에

좋은 열매가 열린다

지나치게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 나무에

실한 열매가 달린다

허약한 가지를 오직

하늘 쪽으로 세워올리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낮은 곳에 있더라도

굵게 자라는 법을 일러주는 나무

가지 하나하나 튼튼하게 키우는 나무들이

때가 되면 알 굵은 과일을 낳는다

흙냄새 몸에 잔잔한 향기로 밸 만한 높이에

반짝이는 열매를 내어거는 복숭아나무 같은

-도종환 ‘복숭아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