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과 동의보감 4편
■ 허준과 동의보감 4편
허준이 오늘날까지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의 의학적 저술 때문일 것이다. 종이를 구하기도 힘들고 인쇄시설도 미비했던 시기였으므로, 임금의 지시가 아니면 책을 만들기 어려웠다. 오늘날 남아 있는 모든 허준의 저술은 왕명(王命)에 의한 것이었다.
허준의 가장 대표적인 저서라면, 1596년 선조의 명을 받아 편찬을 시작하여 추진하고 있던 《동의보감》의 완성이다. 유배 시절 허준은 연구에 전념할 시간을 얻게 되었고, 유배지에서 단시간에 책의 절반 이상을 집필해냈다. 허준은 양생(養生:몸과 마음으로 병을 치료)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중국 의학이론과 처방의 난맥상을 바로잡고, 향약(鄕藥) 사용의 이점을 최대화하며, 최소한의 약의 분량으로 최대한의 의학적 효과를 얻으려는 데 힘썼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 사회 회복의 일환으로 획기적인 의술 제공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허준이 활약하기 이전 우리나라는 중국의 어려운 의학이론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국과는 자연환경, 자라는 동식물, 음식, 질병 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의학이 발전해야만 했으나, 당시 만연한 사대주의 사상은 독자적인 의학이 뿌리내리지 못하게 했다. 이런 환경에서 허준은 중국의 의서를 참고할 때도 우리 현실에 맞는 부분만 채택했다. 허준은 우리 땅에서 나는 향약(鄕藥:시골에서 나는 약재)을 중시하고, 향약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동의보감》에서 자세하게 서술하려고 애썼다. 18~19세기에 나온 우리나라의 대표적 의서인 주명신의 《의문보감(醫門寶鑑)》, 강명길의 《제중신편(濟衆新編)》, 황도연의 《의종손익(醫宗損益)》 등은 《동의보감》을 약술(略述)해놓은 것이다. 이렇듯 허준은 민족의학의 토대를 만들고 그 전통을 세웠다.
그가 저술한 책으로는 8종이 있으며, 크게 네 부류로 대별된다.
첫째, 허준의 책 중 가장 주목할 책은 종합 임상(臨床)의서《동의보감》이다. 선조는 그 무렵 명대의 신의학이 적지 않게 조선에 수입되어, 조선 전기의 의학전통과 섞이는 바람에 이를 정비할 필요를 느꼈고, 또한 전란을 겪으며 기근과 역병이 발생해 제대로 된 의서가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의서의 편찬을 명하면서 선조는 그 책의 성격을 분명히 제시했다.
『첫째, 사람의 질병이 조섭(調攝:조리)을 잘 못해 생기므로 수양을 우선으로 하고 약물치료를 다음으로 할 것. 둘째, 처방이 너무 많고 번잡하므로 요점을 추리는 데 힘쓸 것. 셋째, 국산 약 이름을 적어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 등이었다.
- 5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