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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4일 월요일

낙필점승落筆點蠅 - 붓 떨어진 자리에 파리를 그리다, 화가의 뛰어난 솜씨

낙필점승落筆點蠅 - 붓 떨어진 자리에 파리를 그리다, 화가의 뛰어난 솜씨

낙필점승(落筆點蠅) - 붓 떨어진 자리에 파리를 그리다, 화가의 뛰어난 솜씨

떨어질 락(艹/9) 붓 필(竹/6) 점 점(黑/5) 파리 승(虫/13)

일을 하다보면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항상 잘 할 수는 없다. ‘항우도 낙상할 적이 있고 소진도 망발할 적이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야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라는 말을 잘못 했을 때마다 갖다 붙인다. 그렇다고 해서 실수에 안주해서는 일을 성취할 수가 없는 법이다. 실수의 원인을 잘 분석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처리해 나가야 성공의 길이 탄탄하다. 실패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실패학습을 철저히 하여 대책을 세운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성공한다며 실패학이란 말을 쓰는 사람도 있다.

실패를 기막히게 극복하여 성공시킨 예로 붓 떨어진 자리(落筆)에 파리를 그렸다(點蠅)는 이 성어를 들 수 있다. 화가의 뛰어난 솜씨를 말하는데 쓰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吳(오)나라의 이름난 화가 曺不興(조불흥)의 일화에서 나왔다. 曺弗興(조불흥)이라고도 쓰는 그는 용을 잘 그렸고, 호랑이나 말 그림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불상의 모사에도 솜씨를 발휘해 佛畵(불화)의 비조로 일컬어지기도 하고, 당시의 뛰어난 화가들 顧愷之(고개지), 張僧繇(장승요), 陸探微(육탐미) 등과 함께 六朝(육조) 四大家(사대가)로 치기도 한다.

오나라의 왕 孫權(손권)이 어느 때 조불흥을 불러 병풍에다 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조불흥은 정성을 들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 아무 것도 그리지 않은 병풍 위에 그만 먹이 묻은 붓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곳에 파리를 한 마리 그렸다. 완성된 병풍을 바치니 손권은 살아 있는 파리가 앉아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손가락으로 쫓았다(誤落筆點素 因就以作蠅 旣進御 權以爲生蠅 擧手彈之/ 오락필점소 인취이작승 기진어 권이위생승 거수탄지).’ 陳壽(진수)가 쓴 ‘三國志(삼국지)’ 吳書(오서) 趙達(조달)전의 주석에 실려 있다

唐(당)나라의 미술사학가 張彦遠(장언원)이 엮은 ‘歷代名畵記(역대명화기)’에는 같은 이야기로 먹을 떨어뜨려 파리를 완성시켰다는 落筆成蠅(낙필성승)으로 나온다고 한다.

잘못된 길을 열심히 간다고 해도 엉뚱한 결과만 기다린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만 부리다간 더 일을 망치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주위에서 잘못을 건의했을 때 즉시 깨닫고 바른 길로 간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바로잡아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하고, 그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윗사람의 아량이 더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