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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노안비슬奴顔婢膝 - 종의 비굴한 얼굴과 여종의 무릎걸음, 환심을 사려 알랑거림

노안비슬奴顔婢膝 - 종의 비굴한 얼굴과 여종의 무릎걸음, 환심을 사려 알랑거림

노안비슬(奴顔婢膝) - 종의 비굴한 얼굴과 여종의 무릎걸음, 환심을 사려 알랑거림

종 노(女/2) 낯 안(頁/9) 계집종 비(女/8) 무릎 슬(肉/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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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예전에 남의 집에 딸려 천한 일을 하던 사람이다. 奴隸(노예)가 남의 소유물이 되어 물건처럼 매매도 가능했던데 비해 下人(하인)처럼 종은 고용에 의한 것이 다르다. 어려운 생활로 죽지 못해 종이 됐더라도 세습제도가 생겨 대대로 부림 받았으니 큰 차이 없게 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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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비굴한 얼굴(奴顔)과 계집종의 무릎걸음(婢膝)이란 말은 남에게 환심을 사려고 빌붙어 아첨하는 것을 말한다. 王侯將相(왕후장상)이 처음부터 씨가 있은 것이 아니듯 종도 태어나서부터 종이 아니니 알랑거리는 것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산도 지위도 더 누리려고 윗사람에게 살살거리고 뇌물을 쓰는 자들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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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東晉(동진)의 葛洪(갈홍)은 유교와 도교의 비술을 결합하려 한 煉丹家(연단가)로 자신의 호를 딴 대표작 ‘抱朴子(포박자)’를 남겼다. 당시 어지러운 전란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부귀를 탐하며 권세가를 찾았고, 정직한 자들에겐 오히려 시세를 모르고 무능하다고 욕했다. 갈홍은 이러한 세태를 명확히 지적하고 사람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글을 交際(교제)편에서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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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처럼 우뚝 선 사람은 굼뜨고 부끄러워하며 거칠고 서투르나(以岳峙獨立者 爲澀吝疏拙/ 이악치독립자 위삽린소졸), 종의 표정과 여종의 곁눈질을 가진 자는 세상을 잘 아는 사람이다(以奴顏婢睞者 爲曉解當世/ 이노안비래자 위효해당세).’ 峙는 언덕 치, 澀은 떫을 삽, 睞는 한눈팔 래. 婢睞(비래)는 후일 婢膝(비슬)로 많이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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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당)의 시인 陸龜蒙(육구몽)은 ‘江湖散人歌(강호산인가)’에서 이렇게 꼬집는다. ‘남자 종의 비굴한 얼굴과 여종의 무릎 꿇는 태도는 그야말로 거지근성이거늘(奴顏婢膝眞乞丐/ 노안비슬진걸개), 도리어 정직한 사람을 미쳤다고 여긴다(反以正直爲狂癡/ 반이정직위광치).’ 丐는 빌 개. 인격수양의 지침서 ‘菜根譚(채근담)’에서도 점잖게 타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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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음식을 마다않는 사람은 옥같이 맑은 사람이 많다면서 이어진다. ‘비단옷을 입고 옥 같은 흰쌀밥을 먹는 사람 중에는, 종처럼 굽신거리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顏/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袞은 곤룡포 곤, 고대에 천자가 입던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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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라 했다. 조금의 이익만 있으면 ‘간에 가 붙고 쓸개에 가 붙는다’는 속담대로 왔다 갔다 한다. 이러니 아첨을 나타내는 말이 수두룩하다. 상관의 수염에 묻은 티끌을 불어주는 拂鬚塵(불수진), 상사의 변을 맛보고 고름을 빨아주는 嘗糞吮癰(상분연옹), 말똥 위에서 무릎으로 기는 膝行馬矢(슬행마시)는 냄새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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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종이 아니라고 일찍 高麗(고려) 말의 萬積(만적)이나 亡伊亡所伊(망이망소이) 등은 난리를 일으켰다. 실패했더라도 신분 해방의 의지는 뚜렷했는데 종이 아첨의 대명사가 됐으니 억울하겠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