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3개 섬 연결 '교량전시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3개 섬 연결 '교량전시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4년 3월 5일 화요일

◇창선·삼천포대교길, 3개 섬 연결 '교량전시장'

◇창선·삼천포대교길, 3개 섬 연결 교량전시장

"

◇창선·삼천포대교길, 3개 섬 연결 교량전시장

",

다리 오르면 바다가, 내려오면 유채꽃 황홀

국토교통부가 2006년 도로의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 도로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선정했다. 서울 덕수궁 돌담길이나 하동 쌍계사 벚꽃길, 부산 광안대교(이상 최우수상) 등을 제치고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한 창선· 삼천포대교. 경남 사천시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이 교량은 3개의 섬을 연결하는 총 3.4㎞의 연륙교로서 5개의 교량(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이 각기 다른 공법으로 시공돼 학계나 관광객에게 국내 교량의 전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천혜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법을 달리한 교량을 건설해 관광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양 지역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학계에서도 예술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다리로 우리나라 교량의 대표 모델들이 향연을 이루는 곳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가슴이 트여서 좋은 길

사천시 대방동의 삼천포대교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위를 두리번거릴 틈도 없이 삼천포대교로 향했다. 삼천포대교는 대방동과 무인도인 모개섬을 연결하는 길이 436m의 ‘3경간 강합성 사장교’로 두 개의 H자 모형 주탑을 콘크리트 상판이 연결하는 모양이다. 아래로는 30m 높이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대교에 올라서면 우선 가슴이 확 트여서 좋다. 비취색 바닷물에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그사이를 오가는 배가 물을 가를 때 생기는 물거품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해진다. 오른쪽 머리 위로는 사천바다케이블카의 캐빈이 쉴 새 없이 왕복하고, 바다에는 부채꼴의 죽방렴이 그림처럼 펼쳐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대교 양쪽에는 너비 1m가량의 인도가 있어 걷는 데는 불편이 없다.

모개섬에서 초양도를 연결하는 초양대교는 길이 200m의 ‘중로식 스틸 아치교’로 빨간색이 눈에 띈다. 30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사는 항구 주변 마을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다. 남쪽의 휴게시설에는 편의점과 방문자지원센터가 있고 봉사단체에서 건립해 기부한 초양정에는 박재삼 시인의 시를 새긴 작품도 걸려 있다. 북쪽의 초양마을 뒤에는 잘 다듬어진 유채밭이 있고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채꽃과 동백숲이 아름다운 섬

초양도에서 늑도를 잇는 길이 340m의 늑도대교는 우물통 공법의 기초위에 ‘3경간 PC 박스 상자형 ’교량이다. 늑도는 한 때는 동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인구가 많고 경제활동이 활발했으나 지금은 60여 가구가 주로 어업이나 낚시업으로 살고 있다. 교량이 세워지고 나서는 방파제나 선착장 곳곳에 낚시객이 많이 몰린다. 요즘은 캠핑카를 이용한 여행객이 힐링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 사천시가 유휴지를 빌려 가을에 파종한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는데 마을과 인접한 유채밭에는 관광객이 몰려 불편하다며 유채꽃을 없애달라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늑도 끝자락에는 수십 년생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나무가 하늘을 가려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늑도에서 남해군 창선면을 잇는 길이 340m의 창선대교는 우물통 공법의 기초에 ‘하로식 3경간 스틸 아치’ 공법의 교량이다. 교량 전체를 주황색으로 칠해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다리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바닷물인데도 홍수 때 범람하는 강물처럼 거칠다. 바닷물의 흐름이 저렇게 빠를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우리나라 바다 가운데 유속이 전남 진도와 해남군 사이의 울돌목 다음으로 빠른 곳임을 실감했다.

창선대교를 지나 경찰의 검문소를 지나면 단항교가 나오는데 길이 150m의 ‘PC 빔’으로 만든 육상교량이다. 육지에서 육지를 연결하는 고가도로처럼 설치돼 교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단항교를 내려오면 ‘창선 뱃머리’라고 부르던 광장이 있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세워지기 전까지 사천과 남해를 연결하는 도선이 운영되던 곳이다. 지금은 회센터와 자동차 극장 등 관광지로 꾸며져 있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길도 지겹지 않다. 교량의 북쪽으로 건넜다면 이번에는 반대쪽을 이용해 보자. 건너올 때 보고 느끼지 못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한가롭게 떠 있는 장구섬이나 코섬 같은 10여 개의 무인도도 볼 수 있고 크고 작은 배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경관조명이 잘 돼 있어 밤에 걸어 보는 것도 환상적이다. 천천히 걸어서 왕복 3시간30분 걸렸다.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