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일 월요일

햇빛 마시기

햇빛 마시기

햇빛 마시기

두 눈 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모든 숨길을 열어

햇빛을 마신다

살갗에 와 닿는 따스함

내 몸의 어둠이 모두 빠져나가는

황홀함을 마신다

내일은 햇빛이 없을지 모른다

내일은 오늘만큼

간절한 그리움이 없을지 모른다

살아 있는 오늘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축복인 것

아쉬운 것

갖고 싶은 것

보기 싫은 것

가만히 내려놓고

내 생명의 기쁨만으로

햇빛을 마신다

어지럽도록 햇빛을 마시고

눈을 뜨면

세상이 훨씬 밝아져 있다

세상이 훨씬 가까이 있다

"

-최석우 햇빛 마시기-

"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멀어져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내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걷다

걷다

걷다

걷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한 팔이 앞으로 가면 다른 팔은 뒤로 간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면

다른 발은 뒤에 남는다

두 팔의 어긋남과 두 발의 어긋남의

연속이 걷는 모습이다

그래, 어긋남의 반복이 삶이었구나

흔들리면서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구나

"

-신광철 걷다-

"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눈 뜨고 마주하는 일상이

불현듯 낡은 계단처럼 삐걱거리고

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박자가 맞지 않으면

낮은 언덕이라도 올라

거리를 두고 실눈으로 바라봐야겠다

초점을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판단할 수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들춰 보며

당당함이 자만이 되었는지

겸손함이 부굴함이 된 건 아닌지

무엇인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닌지

함몰되고 왜곡된 자신의 진실을 바로잡으려 한다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건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때때로 낯선 일상이 주는 깊은 사색일지니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사색의 시간을 통해 알 수 없던 모순을 이해하며

납득할 수 없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던 진실을 수용하는 것이겠지

두렵고 가슴 뛰는 것들은

긴장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하고

처음 겪는 시간과 사건들은

나른한 정신을 깨어나게 해

그리하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

-정유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중-

"

때로는 강도 아프다

때로는 강도 아프다

때로는 강도 아프다

조금만 아파도 강을 찾았엇다

늘 거기 있어 편안한 강에

팔매질하며 던져버린 게 많았지만

그 바닥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강이니까 걸러내고

그저 물이니까 제 길 가는 줄 알았다

해질 녘 붉은 상처도

강은 깊이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긴 그림자만 떠안겨 주었다

피울음을 토하기 시작했을 때도

강은 같이 흘러주지 않는 것들을

꼬옥 감싸고 있었다

등 떠밀려 굽은 갈대의 손짓

바다 어귀까지 따라온 붕어의 도약

아파도 같이 흐르면

삶은 뒤섞여서도 아름다우리라고

불현듯 내 가슴에도

푸른 강 한 줄기가 흐르는 것이었다

"

-김구식 때로는 강도 아프다 중-

"

2023년 7월 2일 일요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 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 몸에 바람소릴 챙겨넣고

떠나라

"

-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중-

"

이름을 불러주는 일

이름을 불러주는 일

이름을 불러주는 일

사람은 물론이지만

이 세상의 온갖 만물들은

모두가 다 스스로에게

걸맞는 이름이 있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에서부터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아주 작은 들꽃 하나에도

그래서 세상을 많이 안다는 것은

사물의 이름을 많이 안다는 것과도

같은 뜻입니다.

사실 우리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서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공기나 바람에게까지 우리는

온갖 이름을 붙여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난그 많은 이름들을

그냥 알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 알고 있는 이름이 있으면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 같고

또 그 이름의 주인공들을

자주 불러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의

그 반가움. 그런 반가움을 남에게 주는 일이

바로 사랑을 실천하는 일 같아서 말입니다.

"

-이정하 이름을 불러주는 일 중-

"

빈 손이 주는 행복

빈 손이 주는 행복

빈 손이 주는 행복

당신이 진정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길 원한다면

움켜쥔 것들을

모두 버리셔야 합니다

한 사람의 손을 잡으려면

한 사람의 가슴을 품으려면

빈 손일수록 더 깊게 밀착할 수 있는 것

당신이 진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만들고 싶다면

집착도 욕심도 모두 버리셔야 합니다

당신의 손에 묻은 땟국물로 인해

당신의 손에 남은 찌꺼기로 인해

보석같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행복은 먼데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찾지 않았을 뿐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을 엮고 싶다면

빈 손이 주는 행복을 잊지 마세요.

"

-김민소 행복이야기 중-

"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 안녕, 오랜 만이네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 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생이 아닐지라도

잘 가 ,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

-양애경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중-

"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

그대는 뭘 해도 될 사람입니다.

다가 올 일에 대한 걱정은

눈 앞에 왔을 때 생각하기를

어차피 그 일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마세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최선을 다 한다 해도

안되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일들도 뒤돌아보면 별거 아닙니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할 때도 있고

가만히 숨을 고를 때도 있는 법입니다.

놓친 차는 다시 오는 차를 타면 되고

돌아가더라도 그곳에 도착하면 될 일이며

노력해도 안되는 건 놓아 주면 됩니다.

그저 물 흘러가는 대로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담아 두지 말고 고이 보내주십시오.

작은 돌들이 모여 흐르는

강을 막는 댐이 되듯

즐겁게 흘려 보내기도 모자란

우리네 인생을 걱정이라는 돌로

막지 마십시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지나간 삶을 잊으려는 그대에게

또 다시 용기를 내려는 그대에게

행운을 빕니다.

"

-전승환 나에게 고맙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