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일 월요일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가끔은

자랑하고픈 친구가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는지

나를 떠나간 사람은 없는지

왜, 그가 떠나갔는지

거짓없는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무시로

나의 키가 줄었는지 자랐는지

몸무게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바지 사이즈가 줄었는지 늘었는지

흰머리와 검은머리의 구성비는?

따져보는 건강의 이력서를 써보자

냉정한 잣대로

존재가치의 지수를 점검해보자

눈물이 나도 포기하지 말고

웃음이 나도 자만하지 말자

죽는 날까지 노력을 즐겨야 한다는 말

이력서 맨 끝자리에 붙여놓자

"

-안윤주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중-

"

모든 건 내게 달렸다

모든 건 내게 달렸다

모든 건 내게 달렸다

나무가 흔들린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

내가 즐거울 때는

그 흔들림이

환영의 인사가 되더라

내가 슬플 때는

그 흔들림이

고통의 몸부림이 되더라

세상의 많은 것들은

어리석은 나를 가지고 놀 듯

내가 보려 하는 대로 보이게 하고

내가 믿으려 하는 대로 믿게끔 하더라

모든 걸 좋은 마음으로 봐야지

모든 걸 좋은 생각으로 믿어야지

내 마음과

내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지

모든 건 내게 달렸으니까...

"

-오진경 당신은 참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중-

"

사랑 채무자

사랑 채무자

사랑 채무자

어머니는 첫사랑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꿈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잠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눈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심장도 굉장히 강한 줄 알았습니다.

정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양주는 마실 줄 모르고 소주만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친구는 고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연봉이 아주 높은 줄 알았습니다.

바쁜 스케줄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알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해 인내하고, 얇은 지갑을 열고,

소중한 것을 내주었고,

나를 위해 슬픔을 감추고 애써 웃어 주었다는 것을

참 뒤늦게 알았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세를 낮추는 사람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하고

조명이 되어 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랑 부자인 동시에 사랑 채무자입니다.

"

-송정림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중-

"

하루에 한 번쯤은

하루에 한 번쯤은

하루에 한 번쯤은

하루에 한 번쯤은 혼자 걸어라

세상 이야기들 그대로 놔두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라

말이 되지 말고 소가 되어

나에게 속삭이며 혼자 걸어라

괴로움이 나를 따라오거든

내가 나에게 술도 한 잔 받아주고

나를 다독거리며 혼자 걸어라

나무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면

마음은 어느 사이 푸른 들판

잊었던 꽃들이 피어나고

고향 내음새 되살아나

내 가슴을 울리는 나의 콧노래

하루에 한 번쯤은

이렇게 나를 만나며 살아가거라

-박석구-

햇빛 마시기

햇빛 마시기

햇빛 마시기

두 눈 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모든 숨길을 열어

햇빛을 마신다

살갗에 와 닿는 따스함

내 몸의 어둠이 모두 빠져나가는

황홀함을 마신다

내일은 햇빛이 없을지 모른다

내일은 오늘만큼

간절한 그리움이 없을지 모른다

살아 있는 오늘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축복인 것

아쉬운 것

갖고 싶은 것

보기 싫은 것

가만히 내려놓고

내 생명의 기쁨만으로

햇빛을 마신다

어지럽도록 햇빛을 마시고

눈을 뜨면

세상이 훨씬 밝아져 있다

세상이 훨씬 가까이 있다

"

-최석우 햇빛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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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멀어져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내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걷다

걷다

걷다

걷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한 팔이 앞으로 가면 다른 팔은 뒤로 간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면

다른 발은 뒤에 남는다

두 팔의 어긋남과 두 발의 어긋남의

연속이 걷는 모습이다

그래, 어긋남의 반복이 삶이었구나

흔들리면서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구나

"

-신광철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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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눈 뜨고 마주하는 일상이

불현듯 낡은 계단처럼 삐걱거리고

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박자가 맞지 않으면

낮은 언덕이라도 올라

거리를 두고 실눈으로 바라봐야겠다

초점을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판단할 수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들춰 보며

당당함이 자만이 되었는지

겸손함이 부굴함이 된 건 아닌지

무엇인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닌지

함몰되고 왜곡된 자신의 진실을 바로잡으려 한다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건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때때로 낯선 일상이 주는 깊은 사색일지니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사색의 시간을 통해 알 수 없던 모순을 이해하며

납득할 수 없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던 진실을 수용하는 것이겠지

두렵고 가슴 뛰는 것들은

긴장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하고

처음 겪는 시간과 사건들은

나른한 정신을 깨어나게 해

그리하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

-정유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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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강도 아프다

때로는 강도 아프다

때로는 강도 아프다

조금만 아파도 강을 찾았엇다

늘 거기 있어 편안한 강에

팔매질하며 던져버린 게 많았지만

그 바닥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강이니까 걸러내고

그저 물이니까 제 길 가는 줄 알았다

해질 녘 붉은 상처도

강은 깊이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긴 그림자만 떠안겨 주었다

피울음을 토하기 시작했을 때도

강은 같이 흘러주지 않는 것들을

꼬옥 감싸고 있었다

등 떠밀려 굽은 갈대의 손짓

바다 어귀까지 따라온 붕어의 도약

아파도 같이 흐르면

삶은 뒤섞여서도 아름다우리라고

불현듯 내 가슴에도

푸른 강 한 줄기가 흐르는 것이었다

"

-김구식 때로는 강도 아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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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일 일요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 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 몸에 바람소릴 챙겨넣고

떠나라

"

-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