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한 세월 살다 보면,
제법 잘 살아왔다고 여겼던 오만도,
남들처럼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는 겸손도
문득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마는
그런 날이 오게 마련입디다.
채울 틈조차 없이 살았던
내 삶의 헛헛한 빈틈들이
마냥 단단한 줄만 알았던
내 삶의 성벽들을 간단히 무너트리는 그런 날,
그때가 되면 누구나 허우룩하게 묻곤 합니다.
사는 게 뭐 이러냐고.
그래요, 잊어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잊을 수 없는 것은 어차피 잊히지가 않는 법,
잊은 줄 알았다가도 잊혔다 믿었다가도,
그렁그렁 고여 온 그리움들이
여민 가슴 틈새로 툭 터져 나오고,
그러면 그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겁니다.
시와 아름다움과 낭만과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여야 한다는 것을.
-정재찬 ‘시를 잊은 그대에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