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 김자점 1편
■ 간신 김자점 1편
조선시대 3대 간신(奸臣)을 꼽아보라고 하면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김자점은 대체로 빠지지 않고 세 손가락에 꼽힌다. ‘간신’이란 비열하고 배신을 일삼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들은 대체로 머리가 비상하게 잘 돌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간신은 머리가 좋아 눈치가 아주 빨라야 하고, 임기응변에도 능해 처세술의 달인이 되어야만 한다.
간신들의 특징은 백성이나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위만 바라보며 아첨하고 결국에는 나라와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만다. 특히 나라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간신(奸臣)이 나타나고, 간신은 국정을 농단하고 혼란으로 몰고 간다. 윗사람들 비위를 이리저리 맞추면서 벼슬길이 탄탄대로로 열리고 부귀영화도 손에 쥐게 된다. 유자광이나 한명회 등과 같은 조선시대 간신의 면면을 봐도 대체로 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권력 정점에 서서 실권을 손에 넣고 있었다.
김자점에게는 특이하게 여러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중 김자점(金自點)의 이름과 관련이 있는 탄생설화가 재미있다. 김자점이 태어난 전라도 낙안 고을에는 해마다 15살가량의 숫처녀를 마을에 자리 잡은 당집에 제물로 바치는 제(祭)를 지내고 있었다. 어느 해 낙안 고을에 새로 부임한 사또는 이런 악습을 없애기 위해 당집을 허물어버렸는데 그때 커다란 지네가 매달려 당집 허무는 것을 방해했다.
이 모습을 본 사또는 장검을 빼어 지네를 마디마디 토막 내 죽여버렸는데, 이때 사또의 두 눈 사이에 지네의 붉은 피가 튀어 빨간 얼룩이 졌다. 그리고 나서 어느 날 사또의 부인이 수태를 하게 되어 아이를 낳으니 사내 아이였다. 그런데 태어난 아들의 미간에는 피처럼 붉은 점이 진하게 박혀 있었다. 그 점은 사또가 당집 대들보에 매달려 있던 지네를 토막 내 죽일 때 튄 지네 핏자국의 얼룩 그대로였다.
위치 또한 같았다. 사또는 불길한 징조라 전전긍긍하면서도 아들의 붉은 점은 스스로 생긴 점이라 하여 자점(自點)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자점(自點)은 자라면서 기상이 출중하고 영특한데다 총명하고 늠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후에 그는 영의정까지 올랐으나 결국 역모를 꾀하다 처형되었다. 그의 집은 역적의 집이라 하여 연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전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자점의 실제 아버지가 사또를 한 적도 없고, 김자점은 낙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던 것이다. 김자점은 1588년(선조 2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김억령으로 청백리로 이름이 높았고, 아버지 김함(金瑊)은 관직에 오르지 못했다. 아버지 김함은 고려 시대 명장으로 이름난 김방경의 후손으로, 조선 세조 때 사육신과 함께 단종 복위운동을 모의했다가 동지들을 배신하고 거사를 누설했던 집현전 학사 김질의 5대손이기도 하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