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祖’ 와 ‘종宗’의 차이 2편
■ ‘조(祖)’ 와 ‘종(宗)’의 차이 2편
그렇다면 ‘조’ 와 ‘종’ 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를 딱 잘라 나누기는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대체로 창업(創業)에 공이 있는 왕에게는 ‘조’를, 태평성대를 이루거나 큰 업적을 이루어 수성(守成)에 공이 있는 왕에게는 ‘종’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근거는 <예기>에 ‘공(功)이 있는 자는 ’조‘ 가 되고, 덕(德)이 있는 자는 ’종‘ 이 된다’ 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한국학 중앙연구원이 편찬한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대체로 나라를 처음 일으킨 왕이나 나라의 정통이 중단된 것을 다시 일으킨 왕에게는 조(祖)를 썼고, 왕위를 정통으로 계승한 왕에게는 종(宗)을 붙였다고 했다.
격에 있어서 별 차이는 없으나 대체로 ‘종’ 보다 ‘조’를 높게 보기도 한다. 조선시대 왕 중 7명이 ‘조’를 썼고, ‘군’의 칭호를 받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종’ 을 묘호로 사용하였다. ‘태조’ 라는 묘호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역사에서 엿볼 수 있듯이 초대 왕에 대한 칭호로 흔히 쓰였는데, 다른 왕들은 어떨까? 세조는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지만, 단종 시절 문란한 국정을 바로잡았다고 하여 ‘조’의 묘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조선 최악의 왕으로 평가 받는 선조와 인조는 지금의 우리 생각과는 정반대로 선조는 임진왜란을 극복했고, 인조는 폭군 광해를 몰아내고 정묘, 병자호란을 잘 넘겼다하여 ‘조’라고 했다. 중종은 인조와 마찬가지로 반정으로 왕이 됐지만, 성종의 직계왕통을 지켰다 하여 굳이 ‘조’ 를 붙이지 않았다.
영조와 정조는 처음에 영종과 정종이었다가 나중에 다시 영조와 정조로 추존(推尊)되었고, 순조도 처음에는 순종으로 묘호가 정해졌다가 철종 때에 순조로 다시 추존(推尊)되었다. 영조와 정조 그리고 순조는 당시 이렇다 할 전쟁도 없었고 국가적 큰 위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조를 써서 앞서 말한 조와 종의 차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고종황제 때 이르러 영조와 정조가 고종의 직계조상이라는 이유로 영종과 정종을 영조, 정조로 바꾸고, 순종 역시 강화도령 철종의 정통성 강화를 위해서 순종을 순조로 바꾸었던 것이다. 조와 종의 차이를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분들인 것이다.
이렇듯 당시 왕들은 ‘종’보다는 ‘조’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아들들은 아버지를 위해서 ‘조’를 사용하기를 원했다. 이렇게 ‘조’ 와 ‘종’을 나누는 기준은 애매하기도 하고 바뀌는 경우도 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한 것 같다.
세종보다 순조가 더 낫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