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두향杜香의 일편단심 2편

■ 두향杜香의 일편단심 2편

■ 두향(杜香)의 일편단심 2편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퇴계 이황은 무겁게 입을 열어 두향에게 시 한수를 건냈다.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구나.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울 뿐이로구나』

하며 이별을 슬퍼했다. 이것을 듣고 두향도 퇴계에게 시 한수로 답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때 어느 듯 술 다하고 임마저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 할까 하노라』

여기서 ‘꽃 지고’의 꽃은 두말할 것 없이 매화를 말한다. 매화가 지고 봄날이 오면 임이 그리운 새가 된 나는 어이 할 꺼나, 하고 두향의 서러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두향은 떠나가는 퇴계에게 방에서 돌보던 매화 두 분(盆)을 드렸다. 백매와 홍매였다. 퇴계는 이 매화 두 분(盆)을 들고 풍기 땅으로 떠났다.

두향은 고개 마루에까지 가서 배웅을 하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돌아왔다. 두향은 그 후 신관사또에게 기적(妓籍)에서 빼어줄 것을 사정했다. 신관사또는 두향이 퇴계를 사모하는 정이 애절한 것을 알고 기적(妓籍)에서 빼주었다. 두향은 퇴계와 함께 풍류를 즐기던 강선대 밑에 초막을 짓고 수절하고 살았다. 그러면서 일편단심(一片丹心)으로 퇴계만을 생각했다.

퇴계도 두향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법도로는 사또가 임지를 떠나 관기(官妓)였던 두향을 만나러 갈 수도 없었고, 두향을 새로운 임지로 데려올 수도 없었다. 오매불망 두향을 잊지 못한 퇴계는 단양을 떠난 지 4년 만에 인편(人便)에 두향에게 이런 시를 지어 보냈다.

『黃卷中間對聖賢 누런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면서

虛明一室對超然 텅 비고 밝은 방안에서 초연히 앉아 있네

梅窓又見春消息 매화 핀 창가에서 또 봄소식을 보는구나

莫向瑤琴嘆絶絃 거문고를 바라보며 줄이 끊어졌다 한탄하지 마라』

『오래된 책(黃卷)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성현들의 말씀이 있지만 그 말씀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텅 빈 방안에서 네 생각을 하느라고 멍하니 앉아 있구나. 창밖을 내다보니 매화(두향)가 피어 또 봄이 오는데 두향아, 거문고를 맥없이 바라보며 정든 임을 이별했다(絶絃: 든 사람을 이별함)고 너무 슬퍼 말아라.』 생이별한 두향이를 그리워하는 퇴계의 마음이 넘쳐흐른다.

주자의 맥을 이었지만 주자보다 더 언행일치(言行一致)의 도덕군자(道德君子)로 성현(聖賢)의 반열에 오른 퇴계였지만 애틋한 사랑을 잊을 수는 없었다. 퇴계는 이런 마음을 드러내놓고 말 할 수 없어서, 매화시를 써서 은근히 깊은 마음을 두향에게 전한 것이다.

- 3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