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으로 산다는 것 4편
■ 왕으로 산다는 것 4편
원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양청(保養廳)이 설치되어 공식적으로 원자의 보호와 양육을 담당하였다. 보양관(輔養官)이 책임자이며, 종2품 이상의 고위관료 3명이 임명된다. 원자가 먹을 음식과 입을 옷 그리고 서책의 공급과 관리 등을 관장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원자의 보호와 양육을 담당한 것은 보양청이었지만, 사실상의 양육은 왕비와 유모 그리고 궁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원자가 영아(嬰兒)기를 지나 글을 배울 때쯤인 네 살 정도가 되면 보양청은 강학청(講學廳)으로 바뀌면서 교육을 담당할 관리들이 임명된다. 보통은 2품 이상인 보양관들이 그대로 사부(師父)로 임명되지만, 학덕이 뛰어난 사람이 추가되기도 한다. 원자 강학청의 교육은 《소학(小學)》 《천자문(千字文)》 《격몽요결(擊蒙要訣)》 등을 이용한 유교교육이 중심이 되었다, 수업은 매일 아침, 낮, 저녁 각 세 번을 했으며, 수업시간은 대략 45분가량이었다. 원자에게는 보통 하루에 교재의 본문 한 글자를 교육했다.
조선시대 세자책봉은 후계구도를 확정짓는 의미를 가진다. 세자 책봉례(冊封禮)는 원자를 세자로 책봉한다는 임명서를 수여하는 의식이다. 조정의 백관(百官)들을 모아놓고 책봉례를 거행한 후 바로 종묘(宗廟)에 이 사실을 고하고 팔도에 알린다. 세자 책봉례 장소는 대궐 정전(正殿) 앞이다.
문무백관과 종친들이 자신들의 지위에 따라 늘어서고, 그 앞에서 왕은 세자에게 죽책문(竹冊文)·교명문(敎命文)·세자인(世子印)을 전해준다. 죽책문은 임명장이고, 교명문은 세자에게 당부하는 훈계문이며, 세자인은 세자를 상징하는 도장이다.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는 임명권자는 왕이지만, 사후(事後)에 형식적으로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세자는 책봉된 직후 성균관 입학례를 행한다. 성균관에 가서 공자에게 절하고 교수관인 박사(博士)에게 제자의 예를 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 실제로 입학하는 것은 아니다.
세자의 교육은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에서 담당하고, 호위는 세자익위사(世子翊衛司)가 담당하였다. 세자의 교육을 위해 당연직으로 영의정이 세자의 사(師)가 되고, 좌의정과 우의정 중에서 한 명이 부(傅)로, 종 1품의 찬성 한 명이 이사(二師)로 임명된다. 그러나 세자를 실제 담당 교육하는 사람들은 보덕(輔德) 이하의 전임관료들이다.
세자시강원의 전임관료는 정3품의 보덕1명, 정4품의 필선(弼善) 1명, 정5품의 문학(文學)1명, 정6품의 사서(司書)1명, 정 7품의 설서(設書) 1명 등 5명이다. 이들은 모두 문과에 합격한 가문 좋고 실력이 뛰어난 참상관들이다.
왕의 후계자로 예정된 세자의 역할은 단순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아침저녁으로 부모에게 문안 인사하는 것이 전부이다. 만약 이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또는 자신의 주제를 넘어서면 절대 권력자인 왕과 부딪치게 되고 폐세자(廢世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 5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