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의 아름다운 찻집 6대가 지켜온 한옥 구례 쌍산재
◇ 남도의 아름다운 찻집 6대가 지켜온 한옥 구례 쌍산재
차(茶)는 맛만큼 분위기가 중요하다. 차를 마시는 사소한 일도, 고즈넉한 고택에서 하면 낭만이 된다. 햇볕 잘 드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람 맞으며 목을 축이는 것만으로도 평온이 찾아오는 법이다. 오랜 삶의 흔적, 느긋한 풍경이 있는 찻집을 찾아 남도로 다녀왔다.
전남 구례 상사마을은 예부터 명당으로 통했다. 지리산(1915m) 남쪽 자락에 걸터앉아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농촌이다. 마을 안쪽에 약 200년 역사의 고택 쌍산재가 있다. 안채·사랑채·건너채 등 여러 살림채가 대숲 언덕을 따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들어앉아 있다.
해주 오씨 가문이 6대에 걸쳐 살아온 집인데, 2004년 일반에 개방했다. “오래된 집은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야 윤기가 생기고 더 단단해진다”고 6대 오경영씨는 말한다. 고택 6채를 한옥 체험 시설로 꾸렸는데, 하룻밤에 8만~20만원을 받는다. 관람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장료(5000원)를 내면 매실차 같은 전통차를 내어준다.
차를 한 잔 받아들고 고택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숲 언덕 너머에 너른 정원과 연못이 있는데, 요즘은 연꽃과 화초가 한창 멋을 부린다. 기념사진 명당으로 통하는 서당채 만큼은 숙박을 받지 않는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고택과 정원이 알아서 그림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손님 대부분이 20대 연인이다. 당몰샘도 명물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우물로, 쌍산재 바깥마당에 있다. 쌍산재에서도 이 물로 차를 낸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