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수요일

◇ '악마의 기술' 안면인식 기술

◇ 악마의 기술 안면인식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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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기술 안면인식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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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얼굴 신분증’ 국가다. 중국 정부가 전국 2억대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전 국민 14억여명의 얼굴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공항·역에서 비행기·기차 탈 때 얼굴만 카메라에 비치면 1초 안에 신분 확인이 끝난다. 승차권도 사지 않고 얼굴만으로 지하철을 탈 수도 있다. 쇼핑할 때 본인 인증뿐 아니라 결제까지도 얼굴로 가능하다.

현금자동인출기도 사람을 알아본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얼굴 출입 시스템을 도입해 무단 방문자를 막고 있다. 범죄 단속과 범인 검거에도 쓰인다. 2018년 5만여명이 모인 유명 가수 콘서트장 입장 때 얼굴 확인으로 지명수배자 수십명이 체포됐고, 2019년 상하이 고속도로 검문소에서는 17년 전 살인범이 붙잡혔다.

이런 중국이 안면인식 기술의 세계 최강국인 것은 당연하다. 중국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세계 1~5위를 휩쓸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카메라에 비친 인물을 특정하는 이 기술은 거대 권력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통제하는 ‘빅브러더’의 공포도 키우고 있다. 선전·상하이에서 무단횡단하면 길 건너 전광판에 얼굴과 신원이 뜨고 인터넷에 공개된다고 한다. 섬뜩한 일이다. 베이징·충칭의 일부 공공 화장실에서는 얼굴 스캔을 마쳐야 40~80㎝의 휴지를 뽑을 수 있고, 더 받으려면 9분을 기다려야 한다. 휴지 도둑을 막기 위한 당국의 조치라 하는데,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도 안면인식 기술의 선두에 있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장선다. 공공 영역에서는 출입국자 관리, 범죄 수사에 주로 쓰인다. 그런데 안면인식 기술 오류 탓에 ‘생사람 잡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42세 흑인 남성 로버트 윌리엄스가 이 기술 때문에 좀도둑으로 몰려 불법 체포됐다 30시간 만에 풀려났다면서 시 당국을 고소했다. 해상도 낮은 가게 CCTV 화면 속 범인과 윌리엄스의 면허증 사진이 일치한다고 분석한 안면인식 기술이 문제였다. 경찰은 이제서야 윌리엄스의 사진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한다. 편견이 들어있고, 부정확하며, 오·남용될 우려가 큰 안면인식 기술은 ‘악마의 기술’일 뿐이다. 그것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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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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