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으로 산다는 것 8편
■ 왕으로 산다는 것 8편
왕의 기상 시간은 늦어도 해뜨기 이전이며, 웃어른에 대한 문안인사로 일과를 시작한다. 왕의 하루 일정은 기본적으로 일과 공부의 연속이었다. 아침조회, 국정현안 보고받기, 회의 주재, 신료 접견 등이 공식적인 업무이고, 하루에 세 차례씩 공부를 하였다. 아침 경연 후 아침식사를 하고 조회를 시작한다.
정식조회는 조참(朝參)이라 하며, 매월 5일, 11일, 21일, 25일 대궐의 정전(正殿)에서 백관들이 왕을 알현하는 의식이다. 약식조회는 상참(常參)이라 하며, 중신들과 중요 아문의 당상관, 경연관, 승지, 사관 등이 왕을 알현하는 매일 매일의 의식이다. 조회이후 편전으로 가서 승지들로부터 국정 현안을 보고받는다. 이는 조계(朝啓)라고 하며 사관(史官)이 반드시 동석한다.
승지는 왕의 비서로서, 중앙과 지방에서 올라오는 모든 공문서와 상소문·탄원서 등을 접수해 미리 검토하여 공문서의 처리 방침을 제시하였다. 상소문이나 탄원서의 경우, 비중 있는 인사가 올린 상소문은 왕이 직접 읽고 비답(批答)을 내려주어야 했으므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왕은 공문서에 계자인(啓字印)이라는 도장을 찍어 결재하고, 해당 부서에 내려 보내 시행하도록 하였다.
업무보고를 받고 나면 이어서 윤대관(輪對官)들을 만나야 한다. 윤대관은 각 행정부서에서 왕에게 파견한 관료로서, 이들은 왕을 알현하고 자신들의 부서와 관련된 업무를 보고한다. 윤대관은 하루에 5명 이하로 제한했고, 문신은 6품 이상, 무신은 4품 이상이 담당했다. 또 관료들을 만나 국정을 협의하는 일도 중요하였다.
의정부 대신들을 비롯하여 육조의 당상관, 삼사관료, 그리고 중대 현안에 당면한 부서에서는 수시로 왕에게 면담을 요청하였다. 왕은 이들과 면담하여 국정 현안과 여론의 향배를 듣고 최종 결단을 내렸다. 또 긴급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하여 왕이 대신들을 부르는 일도 많았다.
정오 전에 점심을 간단히 하고, 정오에는 바로 주강(晝講)에 참여한다. 왕의 공부는 경연(經筵)이라고 하는데, 경연에는 승지를 비롯하여 홍문관 관원과 의정부 대신들이 참여하였고, 학덕이 뛰어난 학자가 초빙되기도 하였다. 경연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을 해야 했지만, 보통은 하루에 한 번만 하거나 며칠에 한 번씩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연을 통해 왕은 유교적 식견을 높이고 정치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또 국정 현안에 대해 왕과 신하들 간에 토론을 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왕을 위한 정식 상차림은 아침과 저녁 수라이다. 두 끼 식사 외에 왕은 새벽에 일어나 죽이나 미음으로 자릿조반을 먹고, 오후에는 국수나 죽으로 간식을 하고, 늦은 밤에는 약식이나 식혜로 밤참을 먹었다. 수라의 기본상은 열두 반찬을 올리는 12첩 반상이며, 수라상을 올릴 때에는 수라상궁 셋이 왕의 시중을 들었다.
왕은 은수저로 수라를 먹었는데, 은은 독이 묻으면 색이 변하기 때문에 음식에 독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왕이 먹는 모든 음식은 기미(氣味)상궁이 먼저 먹어 보고 안전을 확인한 후 먹게 된다. 왕의 식사가 끝나면 상궁들은 상을 내갔고, 왕이 먹다 남긴 수라는 궁녀들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 9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