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 폴란드와 한국의 다른 점

◇ 폴란드와 한국의 다른 점

◇ 폴란드와 한국의 다른 점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현장을 보려고 지난달 폴란드를 둘러봤다. 기사가 나가자 한국에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놀랄 만큼 닮았다는 것이다. 폴란드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현금 수당을 펑펑 뿌리고, 동시에 법원·검찰을 친위 세력으로 삼으려고 사법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공영방송을 정권의 홍보 도구로 앞세우고 과거사를 헤집어 선거에 활용하는 것마저도 같다. 두 나라 집권 세력이 장기 집권 전략을 서로 베낀 것 같다.

그러나 폴란드에 가 보면 한 가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폴란드만큼 기업에 친화적이고 특히 해외 자본 유치에 열성적인 나라를 찾기 어렵다. 정부가 현금 수당을 뿌려 매표(買票) 행위를 하고 있긴 해도 나라의 부(富)를 키우려는 노력은 쉼 없이 이뤄지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전국을 경제특구로 정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기업에 투자금의 20~50%를 법인세 감면으로 돌려준다. 세계 각지에서 기업이 몰려든다. 일손이 모자라 우크라이나에서만 150만명이 유입됐을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바르샤바 시내는 초고층 빌딩이 쑥쑥 올라가는 중이다.

기자는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을 만났다. 야당 소속이라 포퓰리즘을 구사하는 집권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정부와 정치적으로 대립 중이지만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옥스퍼드대 유학파인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해외 큰손이 오면 유창한 영어로 투자를 권유한다.

공교롭게도 폴란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기업 중에는 한국 회사가 많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각각 수백억원대의 폴란드 정부 보조금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240개사에 달한다. 2018년 한국 기업의 폴란드 투자는 5억3500만달러(약 6400억원)로 전년보다 2.5배 늘었다.

폴란드에서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규제를 늘리고 지배 구조에 간섭하며 기업을 옥죄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한국과 폴란드 집권당이 놀랄 만큼 비슷한 집권 전략을 갖고 있지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다르다는 얘기다.

돈을 뿌려 환심을 사려는 정부 입장에서 기업은 국민에게 줄 현금 수당을 뽑아내는 원천이다. 폴란드에서는 기업을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기를 세워주려고 애쓰는 반면, 한국의 집권 세력은 기업의 뺨을 때리고 윽박지르는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미 한국은 성장이 정체되고 기업 실적이 뚝뚝 떨어지며 세수(稅收)가 줄어들고 있다. 현금을 대거 살포한 뒷감당을 못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