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화요일

천지불인天地不仁 -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 간섭 않고 자연 그대로 두다.

천지불인天地不仁 -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 간섭 않고 자연 그대로 두다.

천지불인(天地不仁) -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 간섭 않고 자연 그대로 두다.

하늘 천(大/1) 따 지(土/3) 아닐 불(一/3) 어질 인(亻/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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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준다. 하늘은 햇빛을 비춰주고 비를 내리며 땅은 식물의 생장을 도와 식량의 공급을 돕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天神(천신)과 地神(지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지낸다. 서양의 유명한 격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는 말에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야 성공하게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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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노력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 하늘이 개개인을 돕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늘과 땅(天地)이 어질지 못하다(不仁)는 이 성어는 하나하나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행할 뿐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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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道家(도가)의 시조인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 등장하는 말이다. 제5장 虛用章(허용장)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하늘과 땅은 어질지 못하여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芻(추)는 가축에 먹이는 마른 풀, 꼴을 말하고 이것으로 만든 개가 芻狗(추구)인데 옛날 중국에서 제사 지낼 때 썼던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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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후에는 밟히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하늘이 어질지 못하고 비정하여 만물을 되는대로 방치한다고 볼 수 있는 면이다. 하지만 無爲自然(무위자연)을 존중한 노자답게 천지가 그 안에 존재하는 만물에게 사랑이나 미움을 전할 리는 없어 무심하게 보인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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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자연에 맡겨 인위도 없고 조작도 없이 평등하게 대하니 不仁(불인)이고 그로인해 만물이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는 풀이다. 이어지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어질지 못하여 백성을 추구로 여긴다(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고 한 것은 성인을 권력자로 보아 백성에 군림하는 존재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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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햇빛을 비추거나 비를 내려도 생장을 돕거나 해치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백성을 아끼는 군주라면 세세하게 억압하고 간섭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훌륭한 정치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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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은 자연 그대로 움직이고 그 사이의 만물도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그대로 두어 어질다거나 세세하게 간섭하여 그렇지 않다거나 멋대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의 경우 부하들에 공평무사하게 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개인적인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수는 없고 오히려 그것을 간섭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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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을 만들고 거기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모른 채 무심하게 대하는 것이 더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진정으로 큰 인자함은 어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莊子(장자)의 大仁不仁(대인불인)을 생각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