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북두南箕北斗 - 남쪽 키별과 북쪽 국자별, 이름과 달리 실제 쓸 수 없는 것
남기북두(南箕北斗) - 남쪽 키별과 북쪽 국자별, 이름과 달리 실제 쓸 수 없는 것
남녘 남(十/7) 키 기(竹/8) 북녘 북(匕/3) 말 두(斗/0)
\xa0
널리 알려진 이름에 비해 하는 행동은 못 미쳐 손가락질 받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다. 言行一致(언행일치)를 중시한 예부터 겉만 번지르르한 짓을 경계한 까닭에 수많은 성어가 남았다. 쉬우면서 일상에 많이 쓰이는 有名無實(유명무실), 虛名無實(허명무실)에서 유래를 알지 못하면 도통 짐작하기 어려운 성어도 다수다.
\xa0
우선 兎絲燕麥(토사연맥)은 새삼이나 귀리라는 사료용의 식물이라는데 베를 짤 수 없고 식량도 되지 못하면서 버젓한 이름이 붙었다. 孔子(공자)가 한탄한 더 어려운 觚不觚(고불고)도 있다. 觚(고)는 모가 있는 술잔으로 제사에 쓰던 것인데 모 없는 아무 것이나 써 예법을 더럽히고 이름만 남았다고 했다.
\xa0
남쪽의 곡식 티끌을 골라내는 키(南箕)나 북쪽의 술 따르는 국자(北斗)란 더 오래된 말도 있다. 이것이 별자리의 이름이라하면 이해가 된다. 동양에서 달의 공전주기 약28일을 赤道帶(적도대)에 맞춰 별자리를 28개의 구역에 따라 나눈 것이 二十八宿(이십팔수, 잘 宿은 별자리 수)다. 그중에서 箕宿(기수)가 남쪽에 있을 때 斗宿(두수)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xa0
하늘에 있는 키와 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노래가 3000년도 넘은 중국의 시집 ‘詩經(시경)’에 실려 있다. 대소잔치 때에 사용됐다고 하는 小雅(소아)편의 小旻之什(소민지십, 什은 열사람 십) 大東(대동)이란 제목에서다.
\xa0
성어가 나온 부분만 보자. ‘남쪽의 키 닮은 별은 곡식을 까불어 날릴 수 없고(維南有箕 不可以簸揚/ 유남유기 불가이파양), 북녘 국자 모양의 별은 술을 따를 수가 없네(維北有斗 不可以挹酒漿/ 유북유두 불가이읍주장).’ 簸는 까부를 파, 漿은 즙 장. 여기서 나와 후세의 시에서도 자주 인용됐다.
\xa0
後漢(후한)의 작자 미상 작품인 古詩十九首(고시십구수) 중 제7수에는 ‘남기별과 북두별은 유명무실한 것(南箕北有斗/ 남기북유두), 견우별은 소 멍에를 지고가지 못한다네(牽牛不負軛/ 견우불부액)’란 부분이 있다. 軛은 멍에 액. 詩仙(시선) 李白(이백)도 고시를 본뜬 擬古十二首(의고십이수)의 6수에서 노래한다. ‘북두성으로 술 따르지 못하고(北斗不酌酒/ 북두브작주), 남기성으로 키질하지 못하네(南箕空簸揚/ 남기공파양).’
\xa0
겉보기만으로 가장 억울할 까마귀에겐 위로해 줄 속담이 따른다. ‘까마귀가 검기로 속도 검을까’는 첫 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그럼에도 실상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한다.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不老草(불로초)만큼 이름 좋은 것이 없다.
\xa0
仙境(선경)에만 나고 秦始皇(진시황)도 구하지 못했으니 이름뿐이다. 전설 속이라 이런 것은 봐줄만한데 정의를 내세우고 속으로 부패를 일삼거나 엉뚱한 곳에 무엇을 세우겠다는 등의 空約(공약)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때가 많으니 탈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