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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4일 일요일

남기북두南箕北斗 - 남쪽 키별과 북쪽 국자별, 이름과 달리 실제 쓸 수 없는 것

남기북두南箕北斗 - 남쪽 키별과 북쪽 국자별, 이름과 달리 실제 쓸 수 없는 것

남기북두(南箕北斗) - 남쪽 키별과 북쪽 국자별, 이름과 달리 실제 쓸 수 없는 것

남녘 남(十/7) 키 기(竹/8) 북녘 북(匕/3) 말 두(斗/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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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이름에 비해 하는 행동은 못 미쳐 손가락질 받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다. 言行一致(언행일치)를 중시한 예부터 겉만 번지르르한 짓을 경계한 까닭에 수많은 성어가 남았다. 쉬우면서 일상에 많이 쓰이는 有名無實(유명무실), 虛名無實(허명무실)에서 유래를 알지 못하면 도통 짐작하기 어려운 성어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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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兎絲燕麥(토사연맥)은 새삼이나 귀리라는 사료용의 식물이라는데 베를 짤 수 없고 식량도 되지 못하면서 버젓한 이름이 붙었다. 孔子(공자)가 한탄한 더 어려운 觚不觚(고불고)도 있다. 觚(고)는 모가 있는 술잔으로 제사에 쓰던 것인데 모 없는 아무 것이나 써 예법을 더럽히고 이름만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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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곡식 티끌을 골라내는 키(南箕)나 북쪽의 술 따르는 국자(北斗)란 더 오래된 말도 있다. 이것이 별자리의 이름이라하면 이해가 된다. 동양에서 달의 공전주기 약28일을 赤道帶(적도대)에 맞춰 별자리를 28개의 구역에 따라 나눈 것이 二十八宿(이십팔수, 잘 宿은 별자리 수)다. 그중에서 箕宿(기수)가 남쪽에 있을 때 斗宿(두수)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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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키와 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노래가 3000년도 넘은 중국의 시집 ‘詩經(시경)’에 실려 있다. 대소잔치 때에 사용됐다고 하는 小雅(소아)편의 小旻之什(소민지십, 什은 열사람 십) 大東(대동)이란 제목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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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가 나온 부분만 보자. ‘남쪽의 키 닮은 별은 곡식을 까불어 날릴 수 없고(維南有箕 不可以簸揚/ 유남유기 불가이파양), 북녘 국자 모양의 별은 술을 따를 수가 없네(維北有斗 不可以挹酒漿/ 유북유두 불가이읍주장).’ 簸는 까부를 파, 漿은 즙 장. 여기서 나와 후세의 시에서도 자주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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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漢(후한)의 작자 미상 작품인 古詩十九首(고시십구수) 중 제7수에는 ‘남기별과 북두별은 유명무실한 것(南箕北有斗/ 남기북유두), 견우별은 소 멍에를 지고가지 못한다네(牽牛不負軛/ 견우불부액)’란 부분이 있다. 軛은 멍에 액. 詩仙(시선) 李白(이백)도 고시를 본뜬 擬古十二首(의고십이수)의 6수에서 노래한다. ‘북두성으로 술 따르지 못하고(北斗不酌酒/ 북두브작주), 남기성으로 키질하지 못하네(南箕空簸揚/ 남기공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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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만으로 가장 억울할 까마귀에겐 위로해 줄 속담이 따른다. ‘까마귀가 검기로 속도 검을까’는 첫 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그럼에도 실상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한다.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不老草(불로초)만큼 이름 좋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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仙境(선경)에만 나고 秦始皇(진시황)도 구하지 못했으니 이름뿐이다. 전설 속이라 이런 것은 봐줄만한데 정의를 내세우고 속으로 부패를 일삼거나 엉뚱한 곳에 무엇을 세우겠다는 등의 空約(공약)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때가 많으니 탈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