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칠절오상七絶五常 - 감나무의 일곱 가지 장점과 다섯 가지 덕성

칠절오상七絶五常 - 감나무의 일곱 가지 장점과 다섯 가지 덕성

칠절오상(七絶五常) - 감나무의 일곱 가지 장점과 다섯 가지 덕성

일곱 칠(一/1) 끊을 절(糸/6) 다섯 오(二/2) 떳떳할 상(巾/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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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댄 것이 전혀 티가 나지 않을 때 감쪽같다는 표현을 쓴다. 이 말의 어원이 맛있는 곶감의 쪽을 뺏기지 않으려고 빨리 흔적도 없이 먹어 치운다거나, 감나무에 고욤을 접붙였을 때 나중에 표시가 나지 않은 데서 나왔다거나 분분한데 어쨌든 감과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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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고장의 인심’이란 속담이 있듯 누가 감을 따 먹어도 좋다고 할 만큼 마을 곳곳에 많이 기르는 과일이기도 하다. 棗栗梨柿(조율이시)라며 제사 때에도 빠지지 않는 생활 속의 과일 감에는 일곱 가지 뛰어난 장점(七絶)이 있고 다섯 가지 덕성(五常)이 있어 더욱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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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중국서도 귀한 대접을 받아온 듯 일곱 가지 장점을 처음 남긴 사람은 唐(당)나라 때의 박학한 학자 段成式(단성식, ?~863)이라 한다. 그가 남긴 ‘酉陽雜俎(유양잡조)’는 괴이한 사건, 언어와 그리고 풍속 따위를 기술한 잡학서적인데 여기에 그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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酉陽(유양)은 후난湖南/ 호남성에 위치한 산으로 한 동굴 속에 1000권의 책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전해 온다고 한다. 卷(권)18의 식물과 열매에 관한 글에 ‘감나무에는 널리 이르는 말로 칠절이 있다(俗謂柿樹有七絕/ 속위시수유칠절)’고 하면서 하나하나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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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는 첫째 나무가 오래 살며(一壽/ 일수), 둘째 많은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二多陰/ 이다음),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으며(三無鳥巢/ 삼무조소), 넷째 벌레가 끼지 않고(四無蟲/ 사무충), 다섯째 서리 맞은 단풍잎이 보기 좋으며(五霜葉可玩/ 오상엽가완), 여섯째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六嘉實/ 육가실), 일곱째 낙엽이 넓어 훌륭한 거름이 된다(七落葉肥大/ 칠낙엽비대)는 것이다. 여기에 文武忠節孝(문무충절효)의 五常(오상)도 곁들여져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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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잎에 글을 쓸 수 있으니 文(문),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武(무), 과일의 겉과 속이 다 같이 붉으니 忠(충), 치아가 불편한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孝(효), 나뭇잎이 다 떨어져도 과일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節(절)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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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는 五色(오색)의 나무이기도 하는데 줄기는 검은색을 띠며, 잎은 푸른색이고, 꽃은 노란색이며, 열매는 붉은색인 데다, 잘 익은 열매를 말려 하얀색의 곶감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란다. 여름엔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서리 맞은 잎이 장관을 이루며 맛있는 과일도 아낌없이 인간에게 주는 감나무에게 무엇을 배울까. 문무는 두고라도 겉과 속이 같고 끝까지 지키며 약자를 공경하는 것은 큰 교훈이 된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