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경의 연속 괴산 화양구곡
◇ 절경의 연속 괴산 화양구곡
괴산에는 구곡, 갈은구곡, 쌍곡구곡, 선유구곡, 고산구곡, 연하구곡, 풍계구곡 등 7개의 구곡이 있다. 이 중 연하구곡은 괴산호 아래에 잠겼고, 풍계구곡은 문헌상으로만 남아 있다. 가장 유명한 구곡은 화양구곡이다. 화양동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절경이 펼쳐지고 계곡의 폭이 넓어 여름철 물놀이에 좋다.
화양구곡은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이 한때 머물렀던 곳이다. 원래 화양동 계곡은 황양나무(회양목)가 많아 황양동이라고 불렸다. 송시열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뒤 중국을 뜻하는 중화의 화(華)를 따 화양동이라 고쳤다. 깊은 산속 계곡이지만 조선시대 성리학의 중심지 중 한 곳이었다. 화양서원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내준 중국 명나라 황제인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만동묘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파괴됐다가 2006년 복원됐다.
화양구곡은 보통 주차장 옆에 위치한 제1곡인 경천벽을 출발점으로 해서 제9곡인 파천(사진 아래)까지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길이다. 화양동 계곡 자체는 약 4.5km다. 파천까지는 약 3.1km 거리다. 보도블록 등으로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유모차를 밀고 가도 큰 부담이 없다.
구름이 맑게 비친다는 제2곡 운영담을 지나면 제3곡 읍궁암, 제4곡 금사담(사진 위)이 나타나는데 이 일대는 송시열 유적지다. 금사담 건너편에는 송시열이 후학을 길렀다는 암서재가 운치 있게 자리 잡고 있다. 큰 바위가 첩첩이 쌓여 천체를 관측했다는 제5곡 첨성대, 구름을 찌를 듯 높다는 제6곡 능운대, 용이 누워 꿈틀거리는 모습을 닮았다는 제7곡 와룡암까지는 길이 평탄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너럭바위가 계곡 군데군데 깔려 있어 잠시 바위에 앉아 쉬어가기 좋다. 구곡 하나라도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이정표가 곳곳에 있다. 와룡암부터는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깊은 숲속을 걷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새어 나오는 계곡물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제8곡 학소대를 지나면 최종 목적지인 파천이 나온다. 흰 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흐르는 물결이 용의 비늘을 꿰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매끄러운 바위 위로 얇게 퍼지는 물에 햇살이 비치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적당히 햇빛에 달궈진 바위는 앉아도, 누워도 좋을 정도로 따뜻하다. 조금 덥다 싶으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살에 발을 담가도 된다. 신선들이 술잔을 나눴다는 이야기가 진짜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예전부터 이곳은 핫플레이스였다. 파천 주위에는 몇백 년 전에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나 여기 왔다 간다”고 증명하듯 바위에 새긴 직책과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