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어낙안沈魚落雁 - 물고기가 숨고 기러기가 땅에 떨어지다, 아름다운 여인
침어낙안(沈魚落雁) - 물고기가 숨고 기러기가 땅에 떨어지다, 아름다운 여인
잠길 침(氵/4) 고기 어(魚/0) 떨어질 락(艹/9) 기러기 안(隹/4)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다. 남자의 美(미)는 총명에 있고 여자의 총명은 아름다움에 있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미인은 오랜 옛날부터 찬탄되어 왔다. 미인을 가리키는 말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 아름다움에 취해 물 위에서 놀던 물고기가 물속으로 잠기고(沈魚), 하늘 높이 날던 기러기가 비상을 잊었다가 땅에 떨어졌다는(落雁) 이 성어가 과장이 심한만큼 유명하다.
침어는 중국의 4대 미인 중에서 첫손으로 꼽는 春秋時代(춘추시대) 越(월)나라의 西施(서시)를 가리키는 말이고, 漢(한)나라에서 흉노로 시집가는 王昭君(왕소군)을 낙안이라 칭한다. 이 말 외에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다는 閉月(폐월)은 後漢(후한) 때 呂布(여포)와 董卓(동탁)을 이간시킨 貂蟬(초선, 貂는 담비 초)을, 꽃을 부끄럽게 하는 羞花(수화)는 唐(당)의 玄宗(현종)에게 총애 받은 楊貴妃(양귀비)를 가리켰다. 그런데 이렇게 갈래지어 4대 미인을 지칭하는 것은 정확한 출전은 없이 후세 사람들이 갖다 붙인 것으로 본다. 그 이야기 중에 晉獻公(진헌공)의 총희 麗姬(여희)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에 압도되어 물고기는 물속으로 숨고 기러기는 넋을 잃고 바라보다 대열에서 이탈했다(沈魚落雁)고 하며, 밝은 달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꽃은 부끄러워 시들었다(閉月羞花)고 했다.
이 말이 전래된 것으로 보는 기록 중 ‘莊子(장자)’ 齊物論(제물론)에는 뜻하는 것이 약간 다르다. 여희와 越王(월왕)의 애첩 毛嬙(모장, 嬙은 미녀이름 장)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그들이 나타나면 ‘물고기는 깊이 숨고 새들은 높이 난다(魚見之深入 鳥見之高飛/ 어견지심입 조견지고비)’고 한 것은 미인이라도 이들 미물에게는 두려운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장자는 아름다움이란 것도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며 세상만사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관계없는 사람에겐 무용지물이 된다고 가르친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