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4일 월요일

단료투천簞醪投川 - 광주리의 술을 강물에 쏟다, 위아래 모두 고락을 같이 하다.

단료투천簞醪投川 - 광주리의 술을 강물에 쏟다, 위아래 모두 고락을 같이 하다.

단료투천(簞醪投川) - 광주리의 술을 강물에 쏟다, 위아래 모두 고락을 같이 하다.

소쿠리 단(竹/12) 막걸리 료(酉/11) 던질 투(扌/4) 내 천(巛/0)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군림만 하고 모든 책임은 아랫사람에게 돌린다면 조직은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도태될 것이다. 권한이 있으면서 남보다 앞장서서 본보기가 되는 率先垂範(솔선수범)을 해야 성공이 따른다. 일반 사회에서도 그런데 군대에서는 상관의 이런 태도가 더욱 필요하다. 부하의 상처 고름까지 빨아주는 吮疽之仁(연저지인, 吮은 빨 연, 疽는 종기 저)의 장수 吳起(오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장수의 은총에 감동한 병사는 전장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여 적을 무찌른다.

장수와 병사에 대해 명쾌하게 그 관계를 설명한 것에 黃石公(황석공)의 ‘三略(삼략)’이 있다. 漢(한)나라 張良(장량)에게 노인이 전해줬다는 병법서다. 上略(상략) 부분에 상하가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편안함과 위험을 같이 한다면 전투를 할 때 전승할 수 있다며 이어진다. ‘옛날 용병을 잘 하는 장군에게 어떤 사람이 큰 광주리에 술을 담아 보냈더니, 장수는 술을 강물에 던져 부하와 함께 흐르는 물을 마셨다(昔者良將之用 有饋簞醪者 使投諸河 與士卒同流而飲/ 석자양장지용 유궤단료자 사투제하 여사졸동류이음).’ 饋는 먹일 궤. 술맛이 날 리가 없었지만 장병의 마음은 일체가 되었다.

呂不韋(여불위)가 一字千金(일자천금)이라고 자부한 ‘呂氏春秋(여씨춘추)’에는 越王(월왕) 句踐(구천)이 臥薪嘗膽(와신상담)하는 이야기에 이 말이 등장한다. 吳(오)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어진 신하를 발탁하고 군사를 훈련했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나누기에 부족하면 먹지 않고, 술이 생기면 강물에 풀어 백성과 함께 했다(有甘肥不足分 弗敢食 有酒流之江 與民同之/ 유감비불족분 불감식 유주류지강 여민동지).’ 季秋紀(계추기) 順民(순민)편에 실려 있다. 왕이 솔선하여 신하와 백성이 하나가 되니 무적이었다. 구천은 설욕한 뒤 覇者(패자)에 오른다.

힘 있는 자가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갑질은 이미 gapjil이라는 용어로 외국에도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 계기가 된 재벌들의 안하무인 행태가 국제적인 망신을 가져왔다. 나라 전체가 손가락질을 받게 된 셈이다. 돈 있는 자 뿐이 아니다. 산적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자신의 술을 강물에 부어 나누려는 장수의 자세가 필요하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