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정하석落井下石 – 우물에 빠진 사람에 돌을 던지다.
낙정하석(落井下石) – 우물에 빠진 사람에 돌을 던지다.
떨어질 락(艹/9) 우물 정(二/2) 아래 하(一/2) 돌 석(石/0)
우물에 빠진(落井) 사람에게 줄이나 사다리를 던져주기는커녕 돌을 던진다(下石). 참으로 고약한 놀부 심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고사하고 도리어 괴롭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서로 도와야 하는 농경사회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지 유사한 말이 많이 전한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대는 勸上搖木(권상요목), 높은 곳에 올려놓은 뒤 사다리를 치운다는 上屋抽梯(상옥추제), 다리를 건너게 하고선 다리를 부숴버린다는 過河坼橋(과하탁교), 섶을 안고서 불을 끈다는 抱薪救火(포신구화) 등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우물에 빠졌다고 한 이 성어는 함정에 빠졌다고 落穽下石(낙정하석)이란 표현한 것이 먼저다. 출전은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韓愈(한유, 766~824)가 역시 唐(당)의 명문장 柳宗元(유종원, 773~819)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柳子厚墓志銘(유자후묘지명)’이다. 子厚(자후)는 유종원의 자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글 잘 쓰기로 유명했으나 10대 順宗(순종) 즉위 후 가까이 지내던 王叔文(왕숙문) 등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에 가담했다가 모함을 받고 귀양살이 끝에 죽음을 맞았다.
한유는 古文復興(고문부흥)을 함께 이끌었던 동지의 불우한 죽음을 보고 슬픔이 복받쳤다. 선비는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비로소 그의 지조를 알 수 있는 법인데 오늘날 사람들은 평시에 함께 지내면서 술과 음식을 나누고 자신의 심장을 꺼내줄 것처럼 쉽게 말한다. 하지만 만약 머리털만큼의 이해관계만 얽혀도 서로 모르는 체 반목을 한다면서 이어진다. ’함정에 떨어지면 손을 뻗어 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구덩이 속에 더 밀어 넣고 돌까지 던지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널려 있도다(落陷穽不一引手救 反擠之 又下石焉者 皆是也/ 낙함정불일인수구 반제지 우하석언자 개시야).’
절친함을 유난히 강조하는 친구들 사이나 의리를 내세우는 정당인을 막론하고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틀어질 뿐만 아니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위해를 끼친다. 사리에 맞게 묵묵히 자기 일만 하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진국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