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고파산好古破産 - 옛것을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리다.
호고파산(好古破産) - 옛것을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리다.
좋을 호(女/3) 예 고(口/2) 깨뜨릴 파(石/5) 낳을 산(生/6)
먼저 살았던 선인들의 지혜를 소중히 여겨 오늘날 잘 받아들이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은 잘못이 없으니 명심해야 한다고 ‘옛말 그른 데 없다’는 속담이 이어온다. 孔子(공자)도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고 溫故知新(온고지신)이라 했다. 옛 문물을 소중히 여긴다는 崇古(숭고)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과거의 일만 옳다고 여기고 따라 하기만 한다면 막막하다. 옛일을 참고는 하더라도 현재를 헤쳐 나갈 때는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존재한다. ‘흘러간 물로써는 물방아를 돌릴 수가 없다’는 말과 통한다.
옛것을 무척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린다는 이야기는 조선의 笑話集(소화집)으로 알려진 ‘蓂葉志諧(명엽지해)’에 실려 있다. 旬五志(순오지)를 쓴 중기의 문신 洪萬宗(홍만종, 1643~1725)의 저작이다. 남녀 간의 육담과 해학을 다룬 책의 집대성 古今笑叢(고금소총)에도 포함된다. 명엽은 蓂莢(명협)이란 보름 사이 한 잎씩 났다가 그 후 한 잎씩 진다는 달력 풀의 잎이다. 촌로들의 이야기를 듣고 달력 뒷면에 기록하듯이 했다는 의미라 한다.
옛날 물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이 깨어진 표주박을 갖고 와 옛날 중국의 은자 許由(허유)가 귀를 씻은 것이라 하니 백금을 주고 샀다. 너덜너덜한 방석을 갖고 온 사람이 공자가 杏亶(행단)에서 강의할 때 앉은 자리라 하자 또 백금을 주고 샀다. 또 한 사람이 대지팡이를 後漢(후한)의 기인 費長房(비장방)이 하늘을 날 때 썼던 지팡이라 하자 거금을 주고 샀다. 집안의 재물이 바닥났지만 얻은 것이 많다며 표주박과 지팡이를 짚고 자리를 끼고 거리로 나섰다. ‘사람들이 모두 입을 막고 웃었는데 옛것을 좋아하다 집안을 망친 것을 비웃은 것이다(人皆掩口 笑其好古而破産也/ 인개엄구 소기호고이파산야).’
옛날의 가르침과 전통을 이어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파산할 정도로 현실을 무시하고 옛것에 빠진다면 옳은 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내려오는 것을 새롭게 해 본다고 전면 폐기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행위다. 어느 것이나 모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