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불구립兩雄不俱立 – 두 영웅은 함께 설 수 없다.
양웅불구립(兩雄不俱立) – 두 영웅은 함께 설 수 없다.
두 량(入/6) 수컷 웅(隹/4) 아닐 불(一/3) 함께 구(亻/8) 설 립(立/0)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 영웅이다. 오늘날 영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될 수 없는 일을 바라고만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옛날의 영웅이라 함은 힘은 산을 뽑고 기상은 하늘을 덮는다(力拔山氣蓋世/ 역발산기개세)란 표현과 같이 비범했다. 項羽(항우)를 영웅으로 잘 그려낸 말이다. 이 영웅이 두 사람이 되면(兩雄) 함께 설 수 없다(不俱立). 이들은 반드시 싸워 어느 한 쪽이 패배하거나 둘 다 무너진다는 뜻이다. 항우의 막강한 힘이 결국 劉邦(유방)에 무릎 꿇게 되는 것도 두 영웅을 받아들이지 않는 하늘의 뜻에서 나왔다.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말기 천하 통일했던 秦(진)나라가 쇠퇴하고 楚漢(초한)을 이끌던 항우와 유방이 양대 세력으로 각축을 벌일 때였다. 酈食其(역이기, 酈은 땅이름 역, 食은 밥 식, 사람이름 이)란 사람은 사람이 곧고 글을 즐겨 읽었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糊口之策(호구지책)으로 유방의 휘하에 들기 위해 찾아갔다. 유방은 선비를 업신여겼기 때문에 역이기가 자신을 고양의 술꾼(高陽酒徒/ 고양주도)라 소개하고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방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두 여인에게 발을 씻기며 뒤돌아보지도 않는 것을 꾸짖어 선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러자 얼른 의관을 바로 하고 역이기를 상좌로 모신 뒤 의견을 들었다.
유방이 항우와의 싸움에서 형세가 불리해지자 일부 지역을 포기하고 병력을 몇 군데로 집결시켜 방어할 계획을 세웠다. 이 때 역이기가 나서 하늘의 명을 모르는 자는 왕업을 성취할 수 없다며 간언한다. 한 시대에 두 영웅은 양립할 수 없으니(且兩雄不俱立/ 차양웅불구립) 항우와 계속 대치만 해서는 민심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방은 제안을 받아들여 초나라에 공세로 나갔고 역이기는 齊(제)나라에 파견되어 변설로 항복을 받아내는 큰 공을 세웠다. ‘史記(사기)’ 酈生陸賈(역생육가) 열전에 실린 이야기다.
오늘날 사회에서의 영웅은 두 사람이 아니라 많을수록 좋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기업에서도 맞수가 있으면 더욱 자신을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옛날같이 상대를 멸망시켜야 할 것이 아니라 상생을 해야 더욱 큰 존재가 되는 것이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