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에 농약 치다가도 찍는다…서른살 동갑 ‘부부 농튜버’
◇ 밭에 농약 치다가도 찍는다…서른살 동갑 ‘부부 농튜버’
충남 청양군 운곡면에 사는 서른살 동갑내기 박우주·유지현씨 부부는 귀농인이다.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하다 2018년 초 운곡면에 자리를 잡고 고추·구기자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 3년 차를 맞았지만 아직은 ‘초보 농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1년 전부터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자신들의 일상을 담아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일이다. 박씨 부부는 지난해 5월부터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채 농사짓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린다. 채널 이름은 ‘청양농부 참동TV’다.
박씨 부부는 유튜브 채널 개설 1년 만에 93개의 동영상을 올렸으로 현재 130여개에 달한다. 구독자는 2만7000명을 넘었고, 누적 조회도 400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인기다. 가장 큰 비결은 농사를 지으며 생기는 일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데 있다. 텃밭 농사를 짓는 이들이나 귀농을 꿈꾸는 도시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라고 한다.
부부는 고추나 구기자 등 농작물 재배방법부터 농기계 작동 및 시골에서 빈집 구하기 요령, 시골집 난방비와 초고소득 귀농 작목 공개, 청양군 귀농·귀촌 정책 공유 등 다양한 내용을 올린다. 구독자들은 댓글로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수 같은 내용”이라고 평가한다.
참동TV를 통해 이뤄지는 농산물 판매와 광고료 수입 등도 박씨 부부에게 또 다른 재미다. 박씨 부부는 청양군농업기술센터의 귀농인 대상 ‘우수 영농 아이디어’ 지원을 받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현씨가 제안한 ‘청양이 잘 나가야 우리도 잘 나간다-유튜브 영상 제작 홍보 마케팅’ 전략이 올해 지원대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아내 유씨는 “밭에 거름을 주다가도 농약을 치다가도 수시로 영상을 촬영한다”며 “농촌생활을 영상 일기처럼 거의 매일 올리다 보니 어느새 농튜버(농업 유튜버)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 초기 모든 게 막연하고 답답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농업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좋은 영상을 공유하면서 영향력을 높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농산물 판매와 청양군 홍보에도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형적인 농업 군(郡)인 청양 인구는 3만1140여 명(4월 말 기준)으로, 충남 15개 시·군 중 가장 적다. 급속한 고령화에다 천안·아산처럼 대규모 산업단지나 대학도 없어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많다.
이런 이유로 청양군은 박씨 부부처럼 귀농·귀촌 인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년 3~4차례 귀농·귀촌 박람회에 참가,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업정책과 다양한 지원책을 설명한다. 2015년부터 매년 평균 500여 명이 청양으로 귀농·귀촌을 하고 있다.
청양농업기술센터 한종권 소장은 “과거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직거래 농업인의 주된 마케팅 도구였지만 최근에는 영상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앞으로 1인 미디어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농튜버 육성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