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을 자랑스럽게 만든 사람들
◇ ‘한국인’을 자랑스럽게 만든 사람들
2009년 10월 파리의 ‘뉘 블랑슈(nuit blanche)’ 축제일 밤을 잊을 수 없다. 시민들이 문화예술 공연을 보며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백야(白夜)의 제전인데, 그해 축제의 주인공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노트르담 성당 뒤편에서 삼성 LED 제품으로 꾸민 초대형 라이트 쇼를 마련해 감탄을 자아냈다.
파리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삼성이 나눠준 빨간색 하트 모양의 LED 배지를 가슴에 단 채 축제를 즐겼다. 당시 파리특파원이던 기자도 한국인인 것이 마냥 자랑스러웠던 밤이었다.
10여년 전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 부근의 삼성전자 유럽물류센터에 가본 적이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물류 창고에 삼성 TV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안내인은 “1주일이면 다 팔려나간다”고 해서 기자를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이렇게 풀린 삼성 TV가 유로 디즈니랜드 호텔 객실이며 파리의 퐁피두 센터, 초호화 유람선 객실 등에 깔려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다.
몇 년 전 외교부가 세계 17국 남녀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한국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다. 1위가 ‘테크놀로지’, 2위가 ‘삼성’이었다. 삼성 휴대폰과 가전제품이 테크놀로지 강국 이미지 구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계 최빈국이 반세기 만에 기술 강국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삼성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이 애견 단체 회원들의 반대 시위로 무산될 뻔했다. 한국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것이다. 당시 한 신문은 노 대통령이 국빈 만찬에서 여왕 애견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 만평을 싣기도 했다. 삼성이 나섰다. 이건희 회장의 애견 활동을 소개하고, 영국 애견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 명견 선발 대회 후원을 약속하며 반대 여론을 누그러트렸다. 삼성은 지금도 그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21만명을 고용해 세계 74곳에서 연구센터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 만큼 대한민국 브랜드도 올라갔다. 이제는 삼성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등 많은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일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세계 유명 백화점 구석에서 먼지에 쌓여 있던 우리 기업 제품들이 이제는 가장 좋은 자리에 있다.
익숙한 풍경이 됐다. 과거 한국 출신이라고 하면 모르는 외국인이 적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도 주눅이 들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천지개벽이다. 이 변화를 이끈 사람들 중에서도 빛나는 한 분이 영면했다.
"-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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