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신종추원愼終追遠 - 부모의 장례를 엄숙히 하고 먼 조상을 추모하다. 

신종추원愼終追遠 - 부모의 장례를 엄숙히 하고 먼 조상을 추모하다. 

신종추원(愼終追遠) - 부모의 장례를 엄숙히 하고 먼 조상을 추모하다.\xa0

삼갈 신(心/10) 마칠 종(糸/5) 쫓을 추(辶/6) 멀 원(辶/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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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일수록 생을 마감할 때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엉뚱한 객사가 아닌 한 저 세상에 갈 때 누구나 조용히 눈을 감고 싶어 한다. 유교에서 말하는 五福(오복)이 있다. 書經(서경)에 나오는 대로 壽(수), 富(부), 康寧(강녕)은 장수, 부귀, 건강을 말한다. 거기에 덕을 좋아하고 행하는 攸好德(유호덕, 攸는 아득할 유)과 함께 考終命(고종명)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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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눈을 감는 것이다. 생전에 지은 죄가 큰 사람들은 죽은 뒤에도 편히 쉴 곳이 없다. 최근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가 죽은 지 27년이 됐는데도 영웅묘역 안장 등을 두고 국민의 격렬한 반발을 산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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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자리를 편안하게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동양에서는 부모의 장례를 엄숙히 치르고(愼終), 역대의 선조를 추모하여 제사를 정성들여 지냈다(追遠). ‘論語(논어)’에서 曾子(증자, 기원전 505~436)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름이 曾參(증삼)인 증자는 학문이 깊어 孔子(공자)의 高弟(고제)로 도를 계승했고, 그의 가르침은 孟子(맹자)에까지 전해져 동양 五聖(오성)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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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학이)편에 나오는 부분을 보자. ‘초상을 당해서는 장례를 신중하게 치르고, 먼 조상의 제사에도 정성을 다하면 백성들이 모두 두터운 덕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愼終追遠 民德歸厚矣/ 신종추원 민덕귀후의).’ 終(종)은 죽음, 遠(원)은 먼 선조를 말한다. 현재 자신이 지닌 것은 모두 부모를 비롯한 조상의 은덕이므로 이들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자세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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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는 二十四孝(이십사효)의 한 사람에 들 만큼 효성도 지극하여 孝經(효경)을 지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렇게 강조해도 어울린다. 그는 어렸을 때 계모 밑에서 구박을 받으며 자랐지만 어머니를 섬기는 효성은 지극했다. 부모님 상에 올리는 콩잎을 설익혀 먹지 못하게 했다고 증자는 아내를 내쫓고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할 정도다. 황당하게 여겨져도 烝黎出妻(증려출처, 黎는 검을 려 또는 명아주 려)란 고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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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장소로 집에서 눈을 감기를 원하지만 실제 10명중 7명은 병원에서 숨진다고 한다. 얼마 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해 26만여 명의 사망자 중 71.5%가 의료기관에서 숨졌고 자택은 17.7%인 4만여 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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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중증 환자까지 연명치료를 함으로써 환자 본인의 고통은 물론 가족들의 부담도 크다. 보건복지부는 가정 호스피스 사업을 늘리고 있다고 하니 사람의 마지막 오복인 편안한 최후를 기대해도 될까.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