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유서이화柳絮梨花 - 버들개지 같고 배꽃 같은 흰 눈 

유서이화柳絮梨花 - 버들개지 같고 배꽃 같은 흰 눈 

유서이화(柳絮梨花) - 버들개지 같고 배꽃 같은 흰 눈\xa0

버들 류(木/5) 솜 서(糸/6) 배 리(木/7) 꽃 화(艹/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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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버들, 수양버들 등 주변에 흔히 보이는 버드나무는 봄이 되면 하늘하늘한 가지에 눈처럼 씨가 날린다. 꽃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 같아 버들강아지, 버들개지로 불린다. 柳花(유화), 楊花(양화), 柳絮(유서) 등의 한자로 나타내고 눈에 비유한 한시의 소재가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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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을 버들개지의 솜(柳絮) 같다고 먼저 표현한 사람은 4세기 중국 東晋(동진)의 謝道韞(사도온, 韞은 감출 온)을 꼽는다. 사도온이 어릴 때 멋지게 나타낸 이 말로 詠雪之才(영설지재), 詠絮之才(영서지재), 柳絮之才(유서지재) 등이 여성의 뛰어난 글 솜씨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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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온은 소녀 때 명망이 높고 강직한 재상이었던 숙부 謝安(사안)의 앞에서 재치 있게 묘사하여 이름이 남았다. ‘晉書(진서)’에도 간단히 전하지만 南朝(남조) 宋(송)나라 문학가 劉義慶(유의경)이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담은 ‘世說新語(세설신어)’에 상세한 전말이 실려 있다. 부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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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사안이 집안의 자녀들을 모아 놓고 ‘펄펄 내리는 눈이 무엇과 같은가(白雪紛紛何所似/ 백설분분하소사)’ 읊어 보도록 했다. 형 謝奕(사혁)의 아들 謝朗(사랑)은 ‘소금을 공중에 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散鹽空中差可擬/ 산염공중차가의)’라 했고, 딸 도온이 ‘버들개지가 바람에 흩날려 춤춘다는 것이 낫겠습니다(未若柳絮因風起/ 미약유서인풍기)’란 비유로 칭찬을 받았다. 言語篇(언어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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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배꽃에 비유한 것에는 唐(당)나라 岑參(잠삼)의 시가 있다. 서역 소재로 읊은 구절에 ‘홀연 하룻밤 새 봄바람 불어와(忽如一夜春風來/ 홀여일야춘풍래), 천만 그루 나무에 배꽃이 핀 듯하네(千樹萬樹梨花開/ 천수만수리화개)’로 나타냈다. 우리 高麗(고려)의 문호 李齊賢(이제현)의 ‘楊花(양화)’도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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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인가 눈송이런가 어찌 그리 하늘대나(似花非雪最顚狂/ 사화비설최전광), 넓은 하늘 살랑대는 바람에 아득히 나네(空闊風微轉渺茫/ 공활풍미전묘망).’ 눈은 아니지만 배꽃과 버들개지 같이 등장하는 蘇東坡(소동파)의 시구절도 보자. ‘배꽃은 담백하고 버들은 짙푸른데(梨花淡白柳深靑/ 이화담백류심청), 버들개지 날릴 때 배꽃은 성내 가득(柳絮飛時花滿城/ 유서비시화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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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물이나 풍경을 보더라도 기막히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천재적인 재주가 있거나 예사롭게 보지 않고 어떻게 나타낼까 오랫동안 생각해낸 결과다. 감상하는 사람은 예사롭게 잘 표현 했구나 지나치지만 인구에 회자되는 구절은 그만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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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문재를 떨친 사도온은 書聖(서성) 王羲之(왕희지)의 아들 王凝之(왕응지)와의 결혼 생활은 일찍 홀로 되는 바람에 평탄하지 못했다. 당시의 시절이 하수상하여 여성의 재주를 펼칠 여건이 되지 못했던 것도 한 원인이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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