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근성풍運斤成風 - 도끼를 움직여 바람소리를 내다, 최고 경지의 기술자
운근성풍(運斤成風) - 도끼를 움직여 바람소리를 내다, 최고 경지의 기술자
옮길 운(辶/9) 근 근(斤/0) 이룰 성(戈/3) 바람 풍(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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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나 능력이 경지에 오른 사람은 도구나 조건을 탓하지 않는다. 기술의 최고 달인이라 할 庖丁(포정, 庖는 부엌 포)은 소를 잡아 뼈와 살을 해체하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우면서도 19년 동안 칼을 갈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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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 데는 마음의 눈으로 소의 살과 뼈, 근육 사이의 틈새를 보고 그 사이로 칼을 지나가게 하는데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한 번도 실수로 살이나 뼈를 다치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우주의 본질을 아기자기하게 우화를 통해 비유한 莊子(장자)의 庖丁解牛(포정해우)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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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정과 마찬가지로 과장이 섞인 또 하나의 재주꾼이 역시 ‘장자’의 雜篇(잡편) 徐無鬼(서무귀) 편에 등장하는 匠石(장석)이란 사람이다. 그는 도끼를 움직여(運斤) 바람소리 나도록 휘둘러도(成風) 상대방 코끝에 바른 백토만 떨어뜨릴 정도의 경지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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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생전 논쟁을 즐겼던 魏(위)나라의 사상가 惠子(혜자)의 무덤가를 지나면서 제자들에게 말한 데서 나왔다. 내용을 인용해 보자. ‘영 지방에 어떤 흙 장인이 자기 코끝에 파리 날개만큼 얇게 백토를 발라놓고 장석에게 그것을 깎아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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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이 도끼를 휘두르자 바람이 휙휙 났지만 장인은 그저 듣기만 할뿐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郢人堊漫其鼻端 若蠅翼 使匠石斲之 匠石運斤成風 聽而斲之/ 영인악만기비단 약승익 사장석착지 장석운근성풍 청이착지).’ 郢은 楚(초)나라서울 영, 堊은 흰흙 악, 斲은 깎을 착. 흙이 모두 깎여 나갔는데도 코는 다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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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은 뒷날 宋(송)나라 元君(원군)에 초청되어 시범을 요청받았으나 상대가 오래 전에 죽었다며 할 수 없다 했다. 장자는 재상도 지낸 혜자와 각별한 사이면서도 서로 비판하면서 지냈는데 죽은 뒤로는 이제 팔씨름하고 지낼 친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神工鬼斧(신공귀부), 郢匠運斧(영장운부), 匠石運斤(장석운근)이라 해도 뜻은 같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